미디어&콘텐츠
SBS '피고인' 지성…누명 쓴 사형수로 안방 복귀
[ 선한결 기자 ]
“‘재미있게 봐주세요’라며 해맑게 소개하기가 부담스러울 정도예요. 편치 않은 소재지만 열심히 촬영하고 있습니다. 현실이 어수선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희망의 메시지를 보내고 싶습니다.”
SBS 새 월화 드라마 ‘피고인’에서 주인공을 맡은 배우 지성은 지난 19일 서울 목동 SBS 사옥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오는 23일부터 방영되는 이 드라마에서 지성은 사형수 박정우 역을 맡았다. 서울중앙지검 ‘에이스’ 검사 박정우는 알 수 없는 사건에 휘말려 가족을 죽였다는 누명을 쓴다. 사건 전후 4개월간의 기억을 잃은 채 사형수가 된 그는 자신의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 분투한다.
“불편한 소재여서 출연을 결정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장르물 드라마에 꼭 출연하고 싶었어요. 좋은 작가와 감독을 만나 의기투합했죠.”
지성은 배우 이보영과 2013년 결혼해 2015년 딸을 얻었다. 그는 “박정우가 나처럼 아내와 어린 딸이 있는 인물이어서 감정이 쉽게 마음에 와 닿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때문에 역할 준비가 더 어려웠다고 했다.
“머릿속에서 인물을 그려내는 것만으로도 너무나 괴로웠습니다. 상상조차 하고 싶지 않은 사건을 다루니까요. 가족이 떠올라서 대본에 주어진 장면에 감정을 이입하기가 힘들었어요. 대본을 읽으면서도 ‘박정우는 내가 아니라 단지 작품 속 캐릭터일 뿐이야’라고 수없이 되새겼죠.”
그는 상상을 통해 쉽게 감정이입을 하지 못하자 역할을 표현할 다른 방법을 찾았다. 지성은 “몸과 마음을 괴롭혀서 사형수라는 배역에 접근하려고 노력했다”며 “정신력으로 버티지 못할 만큼의 상태를 만들어 수척하고 고뇌에 찬 사형수를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박정우가 어떤 기분일까 생각하면서 한동안은 계속 눈물을 달고 살았습니다. 저절로 살이 빠지더라고요. 체중이 6㎏가량 줄었는데 사실 제 마음이 빠진 것 같아요. 촬영하면서, 촬영 시간을 기다리면서도 속상한 마음을 멈출 수 없어 눈물을 꽤 흘렸죠. 요즘도 죽다 살아나는 악몽을 자주 꿉니다.”
걸그룹 소녀시대의 멤버 유리가 조력자인 국선변호사 서은혜 역을 맡았다. 지성은 “유리는 연기 열정이 대단하고 열심히 노력하는 배우”라고 칭찬했다. 함께 나오는 장면이 많아 집으로 초대해 연기를 맞춰보기도 했단다. 전작에서 국선변호사 역을 맡았던 아내 이보영의 조언도 받았다.
극중 박정우는 치밀한 악역 차민호(엄기준 분)와 대립한다. 지성은 “엄기준과는 예전부터 친구 사이”라며 “섬세한 연기자라 장면마다 세밀한 부분까지 이야기를 나누며 촬영한다”고 말했다.
‘피고인’은 지난 16일 시청률 27.6%(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로 본편을 종영한 ‘낭만닥터 김사부’의 후속작이다. 이 때문에 전작의 후광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고, 반대로 부담이 될 수도 있다. 지성은 “여러 드라마에 출연해 보니 전작의 성적이 시청률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걸 깨닫게 됐다”며 웃었다.
“지금은 정말 필요한 드라마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뿐입니다. 이 드라마는 아무리 어렵고 고통스러운 일이 있더라도 남아있는 희망을 찾을 수 있다고 얘기해요. 요즘 촬영을 마치고 가족을 보면서는 가끔 마음이 불편하지만, 이 드라마에 출연하기로 한 선택을 후회하지는 않습니다. 시청률이 어떻든 이런 마음은 바뀌지 않을 것 같습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 한국경제 & hankyung.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