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취임 앞두고 'G2 통상전쟁' 일촉즉발

입력 2017-01-19 19:25
"중국이 최대 보호무역국" vs "미국에 보복 준비"

로스 미국 상무장관 내정자 "중국, 말로만 공정무역 외쳐"
시진핑 '다보스 연설' 비판

중국 관영매체 "굴복 않겠다"
미국 수입품 반덤핑 조사 등 검토


[ 워싱턴=박수진 / 베이징=김동윤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취임을 앞두고 주요 2개국(G2)인 미국과 중국 간 통상전쟁의 먹구름이 짙게 드리워졌다.

트럼프 정부 입각 내정자들이 중국을 직접 겨냥해 경고성 발언을 잇따라 내놓고, 중국은 이에 질세라 보복카드를 운운하고 있다. 작은 불씨만 붙으면 언제라도 전면전으로 확산될 조짐이다.


◆“중국, 자유무역 행동으로 보여야”

윌버 로스 미국 상무장관 내정자는 18일(현지시간) 상원 상무·과학·교통위원회 인준 청문회에 출석해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보호무역주의적인 나라”라며 “미국은 중국과의 교역 상황을 공정하게 만들고 중국이 말만큼 공정무역을 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상무장관 내정자로서 중국과의 무역적자 해소방안을 설명한 측면도 있지만 전날 스위스 다보스포럼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자유무역 수호자를 자처하며 미국의 보호무역주의를 비판한 데 대한 대응 성격도 띠고 있다.

시 주석은 다보스포럼 개막 기조연설에서 “보호무역주의를 추구하는 것은 어두운 방 안에 자신을 가두는 것과 같다. 방안에 있으면 비바람을 피할 수 있지만 햇볕과 공기는 차단된다”며 ‘자국 우선주의’로 표현된 차기 트럼프 정부의 보호무역주의를 비판했다.

로스 내정자는 글로벌 경제를 해치는 주요 국가가 바로 중국이라고 지적하면서 “우리가 낮은 관세를 매기고, 중국은 높은 관세를 물리는 것은 기이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은 우리의 무역파트너(중국)가 자유무역을 좀 더 실천하길 원한다”고 역공했다.

그는 “다른 어떤 전임자들보다 철강과 섬유, 자동차산업 등의 불공정 무역행위를 직접 현장에서 경험했다”며 “철강과 알루미늄 덤핑을 막기 위해 고율의 관세를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인 앤서니 스카라무치도 전날 BBC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은 무역전쟁을 원하지 않지만 무역전쟁이 벌어지면 중국의 피해가 미국보다 훨씬 클 것”이라고 말했다.

로스 내정자와 함께 트럼프 정부의 통상정책을 이끌어갈 피터 나바로 백악관 국가무역위원회(NTC) 위원장도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트럼프 당선자가 그를 NTC 위원장에 기용하자 중국 측은 격한 반응을 보였다.

◆사드·남중국해 갈등이슈 산재

중국은 트럼프 정부와의 일전을 준비하고 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環球時報)는 19일 ‘중국은 무역전쟁 위협에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중국은 무역전쟁에 직면해 가만있지 않을 것”이라며 “트럼프 정부가 중국산 제품에 징벌적 관세를 매긴다면 중국은 보복하는 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이 대(對)중국 무역적자 구조를 해소하려면 중국에 항공모함 두 척만 팔면 되는데 그럴 것이냐”고 비꼬았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이 미·중 간 통상전쟁에 대비해 보복카드를 준비 중이라고 보도했다. △미국산 수입품에 대한 반덤핑 조사 △중국 진출 미국 기업 조사 △보잉 항공기 주문 취소 등이 포함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한반도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나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등 외교안보 이슈에서도 미국에 물러서지 않겠다는 방침이어서 G2 간 충돌은 확산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트럼프 당선자는 지난 10일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중국과는 모든 가능성을 놓고 협상 중”이라고 말해 조율 가능성도 내비쳤다.

워싱턴=박수진/베이징=김동윤 특파원 ps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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