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증권사가 사는 법
유창수 부회장, IPO팀 3년간 실적 '제로'에도 뚝심 지원
IB 순영업수익 5년새 3.5배 증가
IPO·ECM부문 중소형사 1위
자기자본수익률 업계 최고 수준
고객 수익률 기준으로 성과 평가
올해부터 해외시장 본격 공략
[ 좌동욱 기자 ]
만년 적자에 시달리던 유진투자증권이 고수익을 내는 알짜 증권사로 탈바꿈한 과정은 극적이었다. 유진투자증권의 지난해 영업이익이 2015년 실적(612억원)을 소폭 웃돈 것으로 알려졌다. 자기자본수익률(ROE)은 8~9%로 증권업계 최고 수준이다.
이 회사는 5년 전만 해도 유진그룹의 비핵심 계열사였다. 유진그룹이 2007년 당시 서울증권을 사들여 간판을 바꾼 뒤 2008년부터 2012년까지 5년간 누적 영업적자는 2360억원에 달했다.
분위기가 바뀐 건 유경선 유진그룹 회장의 동생 유창수 부회장(사진)이 최고경영자(CEO)로 투입된 2011년부터다. 유 부회장은 단기 실적에 연연하지 않고 장기적 안목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내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데 주력했다.
3년간 돈 한푼 못 벌던 기업공개(IPO)팀을 뚝심으로 지원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유진투자증권은 IPO부문을 강화하기 위해 2010년 8월 메리츠종금증권에서 일하던 김태우 상무를 IPO 팀장으로 영입했다. 그의 첫 실적은 그로부터 3년 후 나왔다. 2013년 8월 미국 바이오벤처 엑세스바이오를 코스닥시장에 상장했다. 엑세스바이오는 그해 회사에 90억원을 벌어줬다.
김 상무는 “밥값만 축낸다는 눈칫밥을 먹으면서도 견딜 수 있었던 건 ‘당장 눈앞의 실적보다 장기적으로 수익을 낼 씨앗을 뿌리라’는 경영진의 확고한 목표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2011년 159억원이던 유진투자증권의 투자은행(IB)부문 순영업수익(매출-업무비용)은 지난해 545억원으로 5년 만에 3.5배 증가했다.
이 중 IPO와 주식발행시장(ECM)부문에선 한국경제신문 IPO 리그테이블 기준 10위에 올랐다. 자본금 1조원 이하 중소형 증권사 중에선 수위였다. 염호 유진투자증권 부사장은 “중소형 증권사는 인력과 자금을 장기간 지원해야 하는 IPO사업을 꺼리기 마련”이라며 “하지만 제대로 팀이 갖춰지면 주식발행, 채권발행, 재무자문 등 다양한 부문에서 수익을 거둘 수 있다”고 설명했다.
2013년 지점 영업직원의 핵심성과지표(KPI)를 뜯어고친 것도 회사 체질을 바꾼 요인이었다. 기존 지점 영업직원의 KPI는 주식매매 수수료였다. 수수료를 늘리기 위해 직원이 고객에게 주식 매매를 권유하는 일이 많았다. 유 부회장은 수수료 대신 고객자산 증가율과 고객 수익률을 중심으로 KPI를 바꿨다. 2012년 250억원의 영업적자를 내던 리테일사업부는 이후 적자폭을 줄여 2015년 40억원의 흑자로 돌아섰다. 고객들이 유진투자증권에 맡긴 자산은 2012년 말 5조6000억원에서 지난해 말 10조원으로 80% 가까이 늘었다.
유진투자증권은 올해부터 해외사업에 본격적으로 나설 방침이다. 중소형 증권사가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선 해외로 나가야 한다는 유 부회장의 경영철학이 반영됐다. 이미 일본 인도네시아 태국 중국 베트남 등 5개국 현지 증권사 및 자산운용사와 전략적 업무제휴를 맺었다. 유 부회장은 작년 말 기준 7% 수준인 해외사업 비중(순영업수익 기준)을 2020년 3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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