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 2017! (7) 'KLPGA 주부골퍼' 홍진주
미모·실력 모두 갖춘 스타
결혼 7년차 '1인 4역' 척척
지난해 10년 만에 '그린퀸'
고진감래 끝에 제2 전성기
우승보다 톱10 드는 데 주력
"골프채 안 잡았으면 기업체 CEO 됐을 것"
[ 이관우 기자 ]
“우승 퍼팅을 하기도 전에 눈물이 고여서 공이 보이지도 않았어요. 나에게도 이런 선물이 오는구나. 남편도 혼자서 몰래 울었다고 하더라고요.”
‘엄마골퍼’ 홍진주(34·대방건설)는 지난해 11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팬텀클래식에서 10년 만에 그린퀸에 올랐다. 그는 “우승이 때이른 크리스마스 선물처럼 갑자기 찾아왔다”며 “올 한 해는 하루하루가 즐거운 보너스 상품 같은 느낌”이라고 했다.
◆결혼 후 오히려 실력 늘어
홍진주는 2006년 골프계의 신데렐라였다. 국내 투어(KLPGA SK엔크린솔룩스인비테이셔널)와 해외투어(LPGA 코오롱·하나은행챔피언십)를 잇따라 제패하자 팬들은 미모와 실력을 겸비한 대형 스타가 나타났다며 열광했다. 하지만 이듬해 미국 무대에 진출한 그는 3년간 특별한 활약을 보여주지 못한 채 투어 시드를 잃고 귀국길에 올라야 했다. 빛과 그늘의 대비가 너무도 강렬한, 아픈 추억이었다. 이후 결혼(2010년)과 국내 투어 복귀(2010년), 일본투어(JLPGA) 진출(2013년), 아들 은재 출산(2014년) 등 많은 변화가 스쳐갔다. 엄마이자 아내, 며느리로 1인3역을 하던 2015년 KLPGA투어 재복귀 결정은 쉽지 않았다.
“골퍼로서는 아쉬움이 많았어요. 그래서 다시 돌아오긴 했는데, 잘할 수 있을까, 팬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걱정이 늘 앞섰죠.”
포기하지는 말자며 자신을 다독거리던 때 기적처럼 우승이 찾아왔다. 그는 “그냥 실패로만 끝날 줄 알았던 시간들이 다 약이 됐다는 걸 그때 깨달았다”고 했다.
신기한 건 결혼 후 오히려 실력이 더 좋아졌다는 점이다. 몸관리를 제대로 하진 못했지만 드라이버와 아이언 비거리도 더 늘었고 퍼팅도 정교해졌다.
“모든 걸 받아들일 수 있는 멘탈 덕분일까. 전성기였던 10년 전보다 더 좋다는 느낌이 들어요. 그런데 문제는 후배들의 발전속도가 더 빠르다는 거죠. 저 어렸을 때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진짜 엄청나요.”
국내 투어 20~30위권 선수들은 누구든 챔피언 자격을 갖췄으며 해외투어에서도 우승할 능력이 있다고 그는 강조했다. 대회에 출전할 때마다 바짝 긴장하게 됐고, 그런 긴장감을 슬슬 즐기기 시작하면서 좋은 성적이 나왔다는 것이다.
“은퇴를 고민하던 후배들이 저를 보면서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는 얘기를 많이 합니다. 그럴 때 번쩍 정신이 들어요. 후배들이 나를 그대로 따라올 텐데 꼭 성공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죠.”
◆골프 안 했으면 사업가 됐을 것
그는 예쁘다는 말만큼 화끈하다는 말도 자주 듣는다. 성격이 솔직담백한 편이다. 어려서부터 고무줄이나 공기놀이보다 축구, 숨바꼭질 같은 역동적인 운동을 더 좋아했다. “숨바꼭질을 할 때면 옆집 담을 훌쩍 뛰어넘기도 예사였다”며 “운동을 잘하셨던 부모님 기질을 물려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어머니는 중학교 때 농구를 했고 아버지는 유도 유단자였다. 두 분 모두 사업가여서 그런지 그 역시 골프를 안 했으면 사업가가 됐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사람을 깊게 사귀는 편이라 영업에 소질이 있는 것 같다”며 환하게 웃었다.
세 살배기 아들 은재도 에너지가 넘친다. 벌써부터 자기주장이 강해 감당하기 벅찰 정도다. 골프에만 온 신경을 집중하는 후배들에 비하면 신경써야 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닌 셈이다. 대회에 출전해서도 티오프를 하기 전 늘 전화로 아들의 안부부터 챙긴다.
홍진주는 19일부터 상당기간 가족과 떨어져야 한다. 미국 캘리포니아로 혼자 전지훈련을 떠난다. 올해는 우승에 욕심내기보다 건강하게 상금랭킹 30위 안에 드는 게 목표다. 그러려면 톱10에 자주 들어야 한다. 아들과도 더 자주 볼 수 없다.
“가족들이 없었으면 전지훈련은 오히려 생각도 못했을 거예요. 다치지 않고 하루하루 보낼 수 있는 일상에 늘 감사하며 살아야죠.”
■ 홍진주의 원포인트 레슨 팔을 많이 쓰더라도 중심축 무너지지 않아야
“어깨를 능력만큼 돌려야지 무리하게 회전하면 오히려 스윙이 망가져요.”
홍진주는 프로암에서도 인기가 높다. 아마추어들이 문제를 물어오면 콕 찍어서 솔직하게 지적해주기 때문이다. 기분이 상할까 봐 이리저리 에두르는 법이 없다. 주말골퍼들의 가장 보편적인 문제는 뭘까. 그는 “유연성이 떨어지는 아마추어가 가장 많이 저지르는 실수가 어깨 회전에 집착하다 중심축(회전축)을 무너뜨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부상을 많이 당하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그는 “팔을 많이 쓰더라도 중심축을 유지하는 게 더 정확한 샷을 만들어준다”며 “프로들도 까다로운 라이에선 하체 움직임을 억제하고 중심축을 고정해 놓은 뒤 상체와 팔로 자주 스윙을 한다”고 했다.
체중 이동에 지나치게 신경 쓰는 것도 또 다른 문제를 낳는다. 중심축을 일관되게 유지하지 않아서다. 중심축이 무너지면 온 힘을 다 써도 에너지 전달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 공을 맞히는 정확도가 떨어지는 것은 물론이다. 홍진주는 “체중 이동을 확실히 하겠다는 욕심보다 회전축만큼은 일관되게 유지하겠다는 생각이 더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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