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수요예측 도입 이후 사상 최대규모
3000억 모집에 4배 넘게 몰려
안전자산 선호에 우량채만 인기
[ 김진성 기자 ] ▶마켓인사이트 1월17일 오후 4시40분
현대제철이 3000억원어치 회사채를 발행하기 위해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진행한 수요예측(사전 청약)에 1조4300억원의 투자금이 몰렸다. 2012년 4월 회사채 수요예측 제도가 도입된 이후 역대 최대 투자금이다.
17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이 오는 24일 3000억원어치 공모 회사채 발행을 앞두고 이날 진행한 수요예측에 1조4300억원의 매수 주문이 들어왔다. 수요예측 경쟁률은 예상보다 높은 4.77 대 1로 집계됐다.
2012년 4월 이후 회사채를 발행한 기업 중 최대 규모의 자금을 끌어모은 기록이다. 종전 최대 기록은 2014년 10월 1조2800억원의 주문이 몰린 SK텔레콤 회사채(만기 5·7·10년)였다. 현대제철의 회사채 발행은 작년 10월 이후 3개월 만이다.
만기별로 1500억원 규모로 발행 예정인 3년 만기 채권에 7000억원, 1000억원어치 발행 예정인 5년 만기 채권에 5500억원이 몰렸다. 500억원어치 발행 예정인 7년 만기 채권에는 1800억원의 주문이 들어왔다. 현대제철의 신용등급은 10개 투자 등급 중 세 번째로 높은 ‘AA0’다. 투자자 모집 등 채권 발행 실무는 신한금융투자 미래에셋대우 한국투자증권이 맡았다.
이번에 조달한 자금 중 일부는 오는 2~4월 만기가 돌아오는 2800억원어치 회사채를 상환하고, 나머지는 원재료인 철광석을 사는 데 쓸 계획이다. 현대제철은 채권 발행 금액을 최대 5000억원으로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시장에서는 연초 우량 등급 회사채를 찾는 기관투자가의 수요가 이번 현대제철 회사채에 대거 매수 주문을 낸 것으로 분석했다. 앞서 회사채 수요예측을 벌인 이마트(신용등급 AA+)와 롯데쇼핑(AA+)도 당초 발행 금액의 세 배가 넘는 투자금을 모았다.
박성원 KB증권 기업금융본부장(전무)은 “시중에 유동성은 많은 데 비해 회사채를 발행하는 기업은 갈수록 줄고 있다”며 “연초부터 회사채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우량 등급 회사채에 폭발적인 수요가 몰린 것”이라고 말했다.
한 자산운용사 채권투자팀장은 “기관투자가들이 연말에 중단한 회사채 투자를 재개하면서 시중에 유동성이 풍부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그는 “올해 미국의 금리 인상을 앞두고 만기 5년 이하 중단기 채권에만 수요가 몰리는 경향도 뚜렷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12일 1000억원어치 회사채 수요예측을 한 CJ헬로비전(A+)의 경우 700억원을 모집한 3년 만기 채권에는 2400억원이 몰렸지만 300억원을 모집한 5년 만기 채권은 200억원어치밖에 못 팔았다.
기관투자가들이 신용등급 ‘AA-’ 이상 우량 회사채만 선호하고 비우량 회사채는 외면하는 양극화 현상도 계속되고 있다. 지난 11일 한라(BBB0)가 500억원어치 회사채를 발행하기 위해 한 수요예측에는 기관투자가 한 곳이 50억원의 매수 주문만 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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