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영호 리서치센터장 "개별종목 분석하는 전통 업무 탈피, 채권·외환상품 리포트 확 늘리겠다"

입력 2017-01-17 18:44
'JP모간 출신' 서영호 KB증권 리서치센터장

올해 삼성전자·금융주 유망
코스피지수 1880~2180 예상

각계 전문가 애널리스트 채용


[ 최만수/김익환 기자 ] 서영호 KB증권 리서치센터장(사진)의 앞에는 ‘파격’이란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그는 2004년 38세의 나이에 JP모간 한국법인 리서치센터장에 올라 주위를 놀라게 했다. 해외 유학 경험도 없는 ‘순수 국내파’ 애널리스트가 입사 3년 만에 유력 외국계 증권사의 리서치센터 사령탑을 맡은 것이다. 작년 12월에는 현대증권과 KB투자증권의 통합법인인 KB증권의 첫 리서치센터장으로 영입됐다. 내부 인사를 발탁할 것이라는 예상을 뒤엎은 인사였다. 20여년 만에 국내 증권사로 돌아온 서 센터장은 기존의 통념과 다른 리서치센터를 구상하고 있다. 전통적 종목 분석보다는 FICC(채권·외환 상품)와 그동안 다루지 않았던 상품 영역을 중점 분석하겠다는 계획이다.

◆어떻게 바꾸나

지난 16일 서울 여의도 KB금융타워에서 만난 서 센터장은 항공사 마일리지 카드를 보여줬다. 100만마일이 넘었다. 20년 가까이 외국계 증권사를 다니면서 홍콩 런던 두바이를 셀 수 없을 정도로 왕복했다고 한다. 서 센터장은 “전 세계를 누비며 많은 투자자들을 만나고 배운 것이 가장 소중한 경험”이라고 말했다.

최근 여의도의 관심은 서 센터장이 어떤 형태의 리서치센터를 조직할까 하는 것이다. 그는 “대체투자처로 각광받고 있는 FICC 리서치 영역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조직을 재편하고 있다”며 “기존 브로커리지 부문 수익이 줄어들면서 다른 분야의 상품을 찾는 고객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증권사 가운데 FICC와 장외파생상품 리포트를 내는 곳은 아직 드물다. 이 때문에 적잖은 한국 투자자들이 외국계 증권사에 돈을 주고 리포트를 산다고 한다. 서 센터장은 바로 이런 리포트를 많이 쓰겠다는 얘기를 했다.

애널리스트들의 일하는 방식도 바꿀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여러 업종을 묶는 방식으로 영역을 다시 분류해 애널리스트가 여러 산업을 폭넓게 분석할 수 있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또 애널리스트들을 팀으로 편성해 함께 팀 리포트를 내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무엇이 투자 포인트인가

KB증권의 리서치센터 인력은 63명이다. 서 센터장은 ‘톱3’ 증권사 수준인 80~90여명으로 인력을 늘릴 계획이다. 하지만 경쟁 증권사에서 연구원을 빼오는 것은 지양하겠다고 밝혔다. 분석 대상인 상장사와 산업에 종사하는 인력을 중심으로 해당 분야의 ‘진짜 전문가’를 직접 찾아 채용할 계획이다.

그는 “JP모간 시절 보험업종 인력을 보강할 때 지인의 소개로 보험사를 다니는 전문가를 만난 적이 있다”며 “연구원 출신이 아니었지만 기업을 분석하는 틀과 잣대가 남달랐고 아시아는 물론 전 세계에서 인정받는 보험업종 애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투자지표 가운데 가장 눈여겨볼 것으로는 미국 국채(만기 10년) 선물 가격 동향을 꼽았다. 국채 선물 가격에는 향후 금리에 대한 시장 전망이 반영된다. 이 금리가 오를수록 미국 중앙은행(Fed)이 금리 인상 횟수를 높일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그는 “미국 국채 선물 가격을 보면서 글로벌 채권금리와 투자자금의 움직임을 정확하게 예측하는 사람(기관)이 올해 금융투자업계의 승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코스피지수는 1880~2180을 오갈 것으로 봤다. 박스권을 돌파하기 위해서는 실제 실적과 예상치의 괴리가 줄어들어야 한다고 했다. 올해 유망주로는 삼성전자와 금융주를 꼽았다. “반도체처럼 중국 업체와 기술 격차가 크거나 중국 기업들과 경쟁하지 않는 종목이 유망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해외 시장에 대해서는 독일 일본 미국 시장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최만수/김익환 기자 beb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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