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만 일부 주주 "M&A 반대"
집단소송 제기로 법적 마찰
IB관계자 "주주가치 훼손 없어
하만 인수에 큰 문제 없을 것"
[ 유창재 기자 ] ▶마켓인사이트 1월17일 오후 2시30분
미국 전장기업 하만의 일부 주주가 삼성전자와의 기업 인수합병(M&A)과 관련해 하만 이사회를 상대로 집단소송을 제기하면서 삼성전자가 커넥티드카 시장에 본격 진출하기 위해 추진 중인 하만 인수가 계획대로 완료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주주들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하고 있는 ‘권유금지 조항(no-solicitation provision)’과 과도한 ‘위약 수수료(termination fee)’가 하만 주주들의 이익을 훼손했는지 여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하만 이사회, 신의성실 의무 저버렸나
미국 상장사들은 보통 피인수 계약을 맺을 때 더 높은 가격에 인수할 의향이 있는 다른 기업이 있는지 찾아보는 ‘고숍(go shop) 기간’을 정한다. 보통 한 달에서 두 달 정도인 고숍 기간을 갖는 건 이사회가 M&A 과정에서 주주들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점을 분명히 하기 위해서다. 이번에 삼성과 하만이 계약서에 명시한 권유금지 조항은 이 고숍 기간을 생략하자는 것. 이에 일부 주주들은 “권유금지 조항은 하만 이사회가 신의성실 의무를 저버린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 내 M&A 전문 변호사들은 “권유금지 조항은 하만이 먼저 다른 인수 후보를 찾아나서지 못하도록 한 것일 뿐, 반대로 다른 인수 후보가 먼저 하만 측에 더 좋은 조건으로 인수를 제안해올 경우 이사회는 삼성전자와의 계약을 파기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신의성실 의무를 위한 계약 파기(fiduciary out)’ 조항에 따라서다.
국내 대형 로펌의 한 미국 변호사는 “주당 112달러 등 삼성의 하만 인수 조건은 지난해 11월14일 이미 시장에 모두 공개됐다”며 “만약 하만 인수를 원하는 다른 기업이 있다면 주주총회 전에 얼마든지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변호사도 “고숍 기간을 없앤 건 삼성전자가 다른 기업에 하만을 뺏길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협상을 통해 얻어낸 것”이라며 “고숍이 법적으로 의무화된 건 아니기 때문에 이사회가 신의성실 의무를 저버렸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위약금 2억4000만달러, 과도한가?
집단 소송을 제기한 주주들은 또 ‘경쟁 후보가 인수 제안을 해 올 경우 그 내용을 24시간 내 삼성전자에 통보해줘야 한다’는 조항도 하만에 불리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오히려 하만이 삼성전자와 다른 인수후보 사이에 가격 경쟁을 붙이는 절차라는 점에서 하만 이사회로선 문제 될 게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주주들은 2억4000만달러에 달하는 위약 수수료도 과도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위약 수수료는 피인수 기업이 주식 매매계약(SPA)을 체결한 뒤 나중에 결정을 뒤집어 다른 기업과 거래하는 것을 막기 위해 사용하는 제도다.
위약 수수료 규모는 양측이 협상을 통해 정하는데 삼성과 하만은 총 거래 규모 80억달러의 3%인 2억4000만달러로 정했다. 전문가들은 “3%는 미국 상장사 M&A 위약 수수료의 평균 수준”이라고 말한다.
IB업계 관계자는 “미국에는 집단소송을 전문으로 하는 로펌이 많아 상장사에서 M&A가 일어나면 십중팔구 집단소송이 뒤따르게 마련”이라며 “이번 집단소송도 일반적인 소송과 다를 게 없는 트집 잡기일 뿐이어서 이변이 없는 한 삼성전자의 하만 인수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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