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보스포럼 참가 경제학자들 미국 경제전망 놓고 '갑론을박'
"트럼프 랠리 계속된다"
기업가정신 고취 높이 평가…미국 성장률, IMF 전망 넘어설 것
"임기 초반 '반짝 성장' 그칠 것"
보호무역 탓에 국제관계 경색…장기적으론 세계경제에 독
[ 이상은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정책은 미국 경제를 반짝 흥분시키겠지만 그 효과는 오래 가지 못할 겁니다.”(리처드 볼드윈 스위스 제네바대학원 교수)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에 참가한 경제학자 사이에서 트럼프 당선자의 경제정책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17일 파이낸셜타임스(FT)가 학자들을 일일이 접촉해 트럼프에 대한 견해를 물은 결과, 세계 경제가 그의 임기 초반 ‘반짝 성장’할 것이라는 점에 많은 이가 동의했다. 그러나 장기적으론 오히려 세계 경제에 독(毒)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美 성장률 더 높아질 것”
모리스 옵스펠드 국제통화기금(IMF) 수석이코노미스트는 포럼에서 세계경제전망 수정치를 발표했다. 미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가 지난해 10월 발표 때 2.2%에 비해 2.3%로 소폭 높아졌다. 트럼프 당선의 영향이다. 옵스펠드는 “미국 정부의 정책이 변할 가능성이 있어 전망을 약간 상향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경제학자들은 올해 미국 성장률이 IMF 전망보다 더 높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노벨경제학상(2013년) 수상자인 로버트 실러 미국 예일대 교수는 “트럼프는 세금 감면자 이상의 상징적 의미를 지닌 인물”이라며 “대기업과 기업가적인 인물들에 대한 새로운 태도를 상징하는, 아주 고무적인 인물”이라고 추어올렸다. 최근엔 한풀 꺾였지만 트럼프 당선 후 미국 기업 주가가 뛰고 달러가 강세를 보이는 트럼프 랠리가 벌어진 것도 이런 기대를 반영한다.
◆보호무역 강화는 악영향
하지만 다수 경제학자는 동시에 트럼프 효과가 장기적으로 미국 및 세계 경제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볼드윈 교수는 아이들이 설탕이 많이 든 음식을 먹으면 흥분한다는 부모들의 관행적인 인식에 빗대어 이를 “미국 경제의 슈가 러시”라고 표현했다. 일시적으로 각성·흥분 효과가 있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는 종류의 자극이라는 것이다. 볼드윈 교수는 장기적으로 보호무역주의로 인해 국제관계가 경색돼 미국 경제가 입게 될 타격이 더 클 것이라고 진단했다.
케네스 로고프 미국 하버드대 교수도 “단기적으론 미국이 강한 성장세를 보여 세계 경제에 도움이 되겠지만, 트럼프가 선거 기간 사용한 잘못된 수사대로 정책이 추진된다면 장기적으로 긍정적이라고 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의 폴 시어드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성장 지향적인 리플레이션(경기 재팽창)주의자의 면모와 반(反)무역적 보호주의자의 면모 중 어느 쪽 트럼프가 우세할지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것”이라고 했다.
헬렌 레이 영국 런던경영대학원 교수와 카르멘 라인하트 미국 하버드대 교수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와 트럼프 당선 등으로 세계화에 대한 ‘역풍’ 기조가 강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세계화 추세 자체를 되돌리긴 쉽지 않을 것으로 학자들은 예측했다.
노벨경제학상(2015년) 수상자인 앵거스 디턴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는 더 낮은 수준이 아니라 더 높은 수준의 세계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영혼 없는 세계화 찬양의 시대를 지나, 이제 세계화의 장점을 설명하고 그로 인해 피해를 보는 이들에게 뭔가를 해줘야 하는 때가 왔다”고 했다. 디턴 교수는 재분배나 사회안전망 구축보다 기존 시장진입자의 지대추구 행위를 억제하고 독과점을 깨는 것이 도움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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