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 참배…세월호 분향 땐 반대 시위도
18일 광주로…'국민통합' 행보
입당 가능성 시사한 반기문, 바른정당 선택 여부 등 관심
[ 김채연 기자 ]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17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찾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고 권양숙 여사에게 귀국 인사를 했다.
반 전 총장은 “경건하고 애통한 마음으로 노 전 대통령 영전에 귀국 인사를 올렸다”며 “국민은 노 전 대통령이 지향한 반칙 없는 사회, 사람 사는 세상을 갈구하고 있다. 정치하는 분들이 국민 목소리를 경청해야 한다”고 말했다. 참배 과정에서 “배신자 반기문은 떠나라”는 등 피켓을 든 노 전 대통령 지지자들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기도 했다.
반 전 총장은 이어 전남 진도 팽목항으로 이동해 세월호 분향소에 참배한 뒤 미수습자 가족들과 면담했다. 반 전 총장은 “정부가 세월호 침몰 때 좀 더 신속하게 대응했더라면 많은 생명을 더 구했을 텐데”라며 가족들을 위로했다. 세월호 인양을 요구하는 가족들에게 “인양이 조속한 시일 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날 분향소에 반 전 총장의 분향을 막으려는 시위대가 몰려들면서 반 전 총장은 이들을 겨우 따돌리고 분향하는 등 일대가 아수라장이 되기도 했다.
반 전 총장은 18일에는 광주 5·18 묘지를 참배하고 조선대에서 강연한다. 19일엔 보수의 텃밭 대구를 찾는다. 부산·경남(PK), 광주·전남을 거쳐 대구·경북(TK)으로 이동하는 ‘대통합’ 행보로 풀이된다. 이 같은 행보는 지난해 5월 방한했을 때와는 사뭇 다르다는 평가다. 당시 반 전 총장은 김종필 전 국무총리와 만나고 경북 안동 등 충청과 대구·경북 지역을 찾았다. 이번엔 PK와 호남을 먼저 방문했다. 지난 14일 충북 음성, 충주행은 ‘고향 방문’이라는 점에서 PK와 호남이 사실상 첫 행선지다.
이는 지난 8개월간의 정치 지형 변화가 배경이라는 분석이다. 반 전 총장이 TK와 충청을 결집해 대권을 노릴 것이라는 분석이 많았지만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거치면서 보수 지지층이 무너져 이런 지역 구도에 기대기가 어려워졌다. 정치권 관계자는 “반 전 총장은 PK, 호남 등으로 외연 확장을 시도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반 전 총장이 정당 입당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어떤 방식으로 정치세력화를 꾀할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정치 노선에선 ‘따뜻한 보수’를 내세우는 바른정당과 반 전 총장이 통하는 면이 있다는 평가다. 국민의당과도 개헌과 친문(친문재인) 패권 청산, 뉴 DJP(김대중·김종필) 연합 등을 고리로 한 연대 가능성이 있다. ‘제3지대’에서 중도·보수세력의 ‘연합 후보’로 나설 가능성도 거론된다. 한 관계자는 “다양한 합종연횡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김해·진도=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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