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 등 외주화로 통계 착시
관련 서비스업 더하면 되레 늘어
[ 임근호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 등 선진국 정치인들이 제조업 일자리 되찾기에 목청을 높이고 있지만 이들이 잘못된 주장을 하고 있다고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최근호에서 보도했다. 선진국에서 제조업 일자리가 사라졌다는 통계는 과장됐다는 것이다.
인도 타타그룹은 영국 자동차회사 재규어랜드로버를 인수한 뒤 2008년 부품 공급망 관리업무 상당 부분을 물류회사 DHL에 맡겼다. DHL 직원은 재규어랜드로버 공장에 상주하면서 재고를 관리하고, 필요한 부품을 즉각 운송한다. 이들은 제조업 관련 일을 하지만 물류회사인 DHL 소속이라는 이유로 서비스업으로 분류된다. 이코노미스트는 제조 기업이 이처럼 설계, 연구개발(R&D), 물류, 사후서비스, 마케팅, 회계 등의 업무를 외부 기업에 맡기면서 제조업 일자리 감소가 실제보다 크게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공식 통계에 따르면 현재 미국 비농업 노동자 11명 가운데 1명만이 제조업에 종사한다. 1940년대 말에는 3명 중 1명이었다. 영국도 비슷한 수준이다. 그러나 제조업 관련 서비스업을 더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브루킹스연구소는 2015년 미국 제조업 일자리는 약 1150만개지만 제조 관련 서비스업을 더하면 3290만개로 늘어난다고 분석했다. 영국에서도 비슷한 연구가 있었는데 제조업 일자리가 260만개, 관련 서비스업이 230만개였다.
이코노미스트는 “제품을 생산하고 조립하는 것만이 제조업이 아니다”며 “부가가치는 제조 관련 서비스에서 창출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제조업 일자리에 대한 시각을 넓힐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유엔산업개발기구(UNIDO)에 의하면 2014년 기준 제조업 일자리 3억400만개는 개발도상국에, 6300만개는 선진국에 있었지만 최종상품 가치의 3분의 2는 선진국에서 창출됐다. 애플 아이폰이 중국에서 조립되지만 중국에서 창출되는 가치는 전체의 1.6%에 불과한 것이 그런 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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