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유력주자들, 입장 선회…힘 잃는 '사드 반대론'
안희정 첫 소신 발언 이후 문재인 등 잇따라 현실론 표명
이재명·박원순은 "철회해야" 고수
위안부 문제는 "합의 무효" 한목소리
반기문도 '재협상'에 무게
대북제재 놓고도 갑론을박
[ 은정진 기자 ] 야권의 대선 주자들이 16일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놓고 충돌했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사드 배치는 차기 정부에서 결정해야 한다”며 “한·미 간 이미 합의한 사드 배치를 쉽게 취소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한 데 대해 일부 주자들이 공격하고 나선 것이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사드는 일방적으로 미국에 이익이 될 뿐 한국 안보에는 크게 도움이 안 되고 안보와 경제 측면에서 피해가 크다”며 “사드 관련 입장이 왜 바뀌었는지 설명이 필요하다”고 문 전 대표를 압박했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페이스북에서 “미국 앞에만 서면 작아지는 지도자가 어찌 국익을 지킬 수 있을까요”라며 “정치적 표를 계산하며 말을 바꿔서는 안 된다”고 비난했다.
대선 주자들이 재벌개혁 경쟁에 이어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외교·안보 현안까지 대선 표 논리로 접근하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대선 주자 중 상당수는 ‘사드 배치 반대’와 ‘위안부 합의 재협상’ ‘남북대화 재개’ 등을 주장하고 있다. 중국(사드)과 일본(소녀상)의 파상 공세 속에서 정부의 정책 기조를 뒤집겠다는 것이다. 대선 표를 겨냥한 이른바 ‘안보 포퓰리즘’이다.
다만 사드 배치에 대해서는 기류 변화가 감지된다. 문 전 대표에 이어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도 수용 불가피론으로 견해를 바꿨다. 안 전 대표는 이날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외교·안보의 판단 기준은 국익이 우선돼야 한다”며 “일단 정부 간에 약속한 협약을 다음 정부에서 완전히 뒤집는 건 힘들다”고 밝혔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이미 야권 주자 중 유일하게 사드 배치 결정을 수용하겠다는 소신을 밝힌 상태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한반도가 여전히 준전시 상태인 만큼 정부의 사드 배치 결정은 마땅하다”며 배치에 적극 찬성했다. 바른정당 소속 유승민 의원과 남경필 경기지사도 사드 배치 찬성론자다. 대선 유력 주자들이 속속 사드 배치 반대에서 불가피론으로 돌아서면서 사드 배치 반대론은 점차 힘을 잃어가고 있다.
한·일 정부의 위안부 합의에 대해 대부분 주자는 ‘합의 무효, 재협상’ 쪽이다. 문 전 대표는 “법적 책임을 인정한 일본의 공식적인 사죄가 담기지 않은 합의는 인정할 수 없다”고 재협상을 촉구했다. 이 시장과 안 지사, 안 전 대표, 박 시장, 김부겸 민주당 의원 등 다른 야권 주자들도 원점 재협상 등을 요구하고 있다. 유 의원과 남 지사도 비슷한 태도를 보였다. 반 전 총장은 지난해 1월 박근혜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박 대통령이 비전을 갖고 올바른 용단을 내린 데 대해 역사가 높이 평가할 것”이라고 말했다가 귀국 기자회견에서는 “완벽한 합의는 위안부 할머니들의 한을 풀어줄 수 있는 수준이 돼야 한다”고 재협상 쪽에 무게를 실었다. 반면 15일 대권 도전을 선언한 이인제 전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강제가 아니라 국가 간 협정이라면 그대로 준수돼야 한다”고 반론을 폈다.
남북관계와 관련해서는 의견이 갈렸다. 문 전 대표는 “제재와 압박만으론 안 된다. 대화와 협상을 병행한 투트랙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5·24 대북제재 조치를 해제하고 6자회담 재개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안 지사는 “남북교류와 경제협력을 단계적으로 확대하겠다”고 했다. 반면 반 전 총장은 “제재는 이행될 때만 효과가 있다”며 대북 강경 입장을 내비쳤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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