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도는 강남 빈 사무실, 주거용으로 변신 중

입력 2017-01-16 18:22
업무용 오피스텔 찬밥 신세
기업 이전 늘면서 공실률 치솟자
10년 지나 세금 부담 작은 건물들
주거용 오피스텔로 속속 탈바꿈

"수익률 3~4%가 어디야"
강남 일대 오피스텔 80%가 주거용
유명학원 수강생 등 수요 꾸준
오피스텔 매수세 많은데 매물 귀해


[ 김형규 기자 ]
서울 강남역 일대 업무용 오피스텔(오피스)이 주거용 오피스텔로 속속 바뀌고 있다. 테헤란로 일대 오피스 공실률이 10% 안팎으로 치솟으면서 업무용으로 사용하는 임차인을 구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인근 중개업소들은 “강남역 부근 유명 학원을 수강하기 위한 학생 수요와 유흥업 종사자 수요가 꾸준해 주거용은 공실 걱정이 없다”며 “수요 변화에 맞춰 2000년대 중반에 공급된 오피스텔들이 용도를 바꾸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피스텔, 주거용으로 속속 변신

주거용으로 용도를 바꾸는 오피스텔은 주로 준공 후 10년 이상 된 업무용 오피스텔이다. 2004년 완공된 역삼동 ‘대우디오빌플러스’의 주거용 비율은 10년 전 5%에 불과했으나 현재는 30%대다. 인근 골드에셋공인 강진희 실장은 “한때 강남역 근처의 대표적인 업무용 오피스텔이었지만 주거용 비율이 계속 올라가고 있다”고 말했다.

인근 ‘한화오벨리스크’(2003년 완공)와 ‘풍림아이원매직’(2004년 완공) 오피스텔도 완공 초기에는 업무용 비율이 60%에 달했지만 지금은 주거용 비율이 60~70%를 차지한다. 인근 베스트공인 박재천 대표는 “홈쇼핑이나 정보기술(IT) 업종 종사자들이 살면서 업무를 보는 형태로 사용하는 오피스가 많았지만 지금은 그런 수요가 거의 없다”며 “주거·업무 겸용으로 지은 오피스텔도 대부분 주거용으로 많이 활용하고 있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주로 10년이 지난 뒤 용도를 변경하는 것은 부가가치세 부담이 없어서다. 업무용 오피스텔 계약자는 건물분에 대한 부가세(건물분 공급가액의 10%)를 매입 때 돌려받는다. 10년 이내에 주거용으로 용도를 바꾸면 환급받은 부가세를 잔존 가액만큼 토해 내야 한다. 그러나 10년이 지나면 환급받은 부가세를 되돌려주지 않아도 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엔 업무용 오피스텔 공급 자체가 끊기다시피했다. 건설사들이 신규 오피스텔을 100% 주거용으로 설계해 공급하는 추세다. 지난해 9월 입주한 ‘아크로텔강남역’, 2014년 6월 입주한 ‘강남역효성해링턴타워’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매각한 부지에 세워진 ‘강남역센트럴푸르지오시티’도 오피스텔 700실이 전부 주거용이다.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강남역 일대 오피스텔은 10년 전엔 업무용이 80%였지만 지금은 주거용이 80%”라고 설명했다.

◆수익률 3~4%대에도 인기

강남역 일대 중개업소들에 따르면 이곳 오피스텔 평균 임대수익률은 연 4% 정도다. 신축 오피스텔은 분양가격이 높아 3% 후반에 그친다. 서울 평균(부동산114 기준 5.02%)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그럼에도 매수 문의가 넘친다는 게 인근 중개업소들의 설명이다. 김예림 예성메가시티공인 대표는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100만원짜리 매물이 현재 3억원 수준에 거래된다”며 “주거용 오피스텔을 매수하려는 사람은 줄을 서 있는데 파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는 강남역 일대 오피스텔은 공실 걱정이 거의 없어서다. 겨울 비수기인 2~3월에도 유명학원이 강의를 계속해 1년 단기로 계약하는 학생 임차인 수요가 꾸준하다는 게 인근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강남대성, 메가로스쿨, 메가MD 등 대입 재수, 법학전문대학원, 약학전문대학원을 대비하는 유명학원 등의 수강생들이다.

김영주 남정우부동산 전무는 “3월이 다가오면 학생들이 방을 구하지 못해 ‘품귀현상’이 일어난다”며 “공실을 가장 두려워하는 강남 부자들은 임대수익률이 낮더라도 공실 걱정이 없는 초우량 오피스텔을 선택한다”고 설명했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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