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선거권 연령·국정교과서 등 민감한 사안 '색깔' 드러내
'교육감 재선' 노린 포석 해석, 일선 학교 "현안은 뒷전" 불만
임기훈 지식사회부 기자 shagger@hankyung.com
[ 임기훈 기자 ]
조희연 서울교육감이 민감한 정치 이슈에 잇따라 ‘소신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국정 역사교과서의 학교 배포를 둘러싸고 교육부와 충돌하더니 최근엔 선거연령을 낮추기 위한 법률 개정에 대해 “교육감 선거는 16세로 낮춰도 된다”고 언급했을 정도다.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할 서울교육당국 수장으로서 도가 지나치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 교육감은 대표적인 진보 성향의 교육감으로 꼽힌다. 하지만 ‘정치색’을 드러내는 데엔 신중한 편이었다. 누리과정 예산과 관련한 정치적 갈등이 한창일 때도 ‘총대’는 다른 진보 계열의 교육감들이 메고, 조 교육감이 전면에 나서지는 않았다.
최근 들어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대표적인 게 선거권 연령 하향조정 논란에 대해서다. 조 교육감은 만 18세부터 투표권을 주도록 하자는 선거법 개정안이 국회에 상정되지 못하자 다음날인 12일 긴급성명을 내 유감을 밝혔다. 이달 초 출입기자 신년간담회에선 “선거권 18세 하향과 관련해 학생들과 공동으로 입장 표명을 하는 방법을 고민 중”이라며 “교육감 선거는 16세 투표권도 논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국정 역사교과서 채택을 원하는 학교를 연구학교로 지정한다는 교육부 안에 제동을 걸고 있는 것도 ‘월권’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서울의 한 중학교 교장은 “교장 인사권을 쥐고 있는 교육감이 이래라저래라 하는 것은 교육자치를 위협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교육계 전문가들은 이 같은 조 교육감의 ‘색깔 드러내기’에 대해 내년 교육감 선거를 앞둔 사전 포석으로 해석한다. 족쇄나 다름없던 선거법 위반 혐의와 관련해 작년 말 대법원으로부터 무죄 판결을 받은 것도 강공 전략의 또 다른 배경이다.
이에 대해 조 교육감 측은 개인적인 의견일 뿐이라고 선을 긋고 있다. 서울교육청 관계자는 “선거법을 위반한 것도 아니지 않으냐”고 했다. 하지만 일선 학교에서는 정작 중요한 교육 현안은 뒷전이라고 아쉬워했다. 독감이 한창 유행일 때 초동 대처가 늦었던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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