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 3세 경영시대…창업주 기일에 조현준 회장 취임

입력 2017-01-16 17:15
조현준 "백년 효성 위해 승리하는 기업 만든다"

현장 목소리에 귀 기울여
구미 등 5개 공장 둘러보며 "울산공장을 기술 사관학교로"
1등 되려면 기술력 필수 강조

신성장 동력 찾기는 과제
탄소섬유 등 신소재 안착시키고 중공업·화학 등 덩치 키워야


[ 주용석 기자 ] 조현준 효성 회장(49·사진)이 16일 취임식을 하고 “경청하는 회사, 기술이 자부심인 회사, 승리하는 회사를 만들겠다”고 취임 일성을 밝혔다. 조 회장이 그룹 수장에 오르면서 효성은 고(故) 조홍제 창업주, 조석래 회장에 이어 3세 경영시대를 맞았다.

조 회장은 이날 경기 고양시 벽제기념관 선영에서 조홍제 창업주 추모식에 참석한 뒤 서울 공덕동 효성 본사에서 임직원들만 모인 가운데 조용한 취임식을 하고 그룹 회장에 공식 취임했다. 이날은 조홍제 창업주의 기일이자 조 회장 자신의 생일이다. 부친인 조석래 회장은 2선으로 물러나지만 효성 대표이사직은 유지한다.

조 회장은 취임사에서 “효성의 새 시대를 여는 오늘 영광스러운 동시에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며 “백년 효성으로 가기 위해 오늘부터 효성의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 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조 회장은 이어 “2등은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다”며 “페어플레이 정신을 바탕으로 정정당당히 겨루되 반드시 승리하는 조직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어디에서 누구를 상대하든 두려움 없이 싸워 이기는 강한 회사가 돼야 한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또 “기술 경쟁력이 성공 DNA로 면면히 이어지도록 하겠다”며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작은 아이디어라도 자유롭게 말할 수 있고, 배려하고 경청하는 문화를 정착시키겠다”고 다짐했다.

조 회장은 앞서 지난 4~8일 구미, 울산, 창원 등에 있는 효성의 5개 생산공장을 둘러봤다. 지난달 29일 정기 인사에서 회장으로 승진한 뒤 첫 현장 일정으로 4일 구미 스판덱스 공장과 노틸러스효성 구미공장을 찾은 데 이어 5일에는 효성의 모태 공장인 울산공장을 방문했다. 생산 현장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현장 직원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서다. 조 회장은 이 자리에서 효성이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는 스판덱스(고기능성 섬유), 타이어코드(타이어 보강재)와 국내 1위인 현금자동입출금기(ATM) 등 핵심 제품의 품질 개선과 선도적인 기술 개발을 주문했다. 특히 울산공장에선 “전 세계 사업장에 사관 생도를 보낼 수 있게 훈련시키는 사관학교 같은 역할을 해야 한다”고 모태 공장의 역할을 강조했다.

‘조현준 호(號)’가 풀어야 할 숙제도 있다. 성장 정체를 극복하는 일이 그중 하나다. 효성은 2012년 처음으로 연간 매출이 12조원대로 올라섰다. 그 해 영업이익은 2230억원이었다. 지난해 효성의 영업이익은 1조570억원(증권업계 추정치 평균)으로 5년 만에 5배 가까이로 급증했다. 하지만 매출은 5년간 11조~12조원대를 맴돌고 있다. 증권가에선 올해도 효성의 매출이 12조원대 초반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성장 정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효성의 간판 제품인 스판덱스와 타이어코드외에 신성장 동력을 발굴하는 일이 시급하다. 효성이 막대한 돈을 들여 개발한 폴리케톤, 탄소섬유 등 신소재를 시장에 안착시키는 것은 물론 중공업, 화학 등 다른 사업부문의 덩치도 키워야 한다.

이와 관련, 효성이 지난해 11월 베트남 정부에 제안한 대규모 투자 계획이 주목받고 있다. 효성은 총 12억달러(약 1조4000억원)를 투자해 베트남 남부에 대규모 화학 공장과 액화천연가스(LPG) 저장탱크를 짓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12억달러는 효성이 지난 10년간 베트남에 투자한 총액(10억달러)보다 많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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