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화장품 매장도 '체험형 시대'

입력 2017-01-14 18:01
Life & Style

신세계백화점 대구점 뷰티 편집매장 '시코르'
여러 화장품 브랜드 동시에 비교·체험
헤어 제품·기기도 직접 써볼 수 있어

롯데백화점, 화장품 매장 구조 변경
스킨케어·메이크업 별도 상담공간 마련
지난해 화장품 매출 9.7%↑…1조 '회복'


[ 이수빈 기자 ] 백화점 화장품 매장이 달라지고 있다.

과거 백화점 화장품 매장은 상품을 예쁘게 진열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요즘은 마사지와 피부 측정을 받을 수 있는 방을 따로 마련하는가 하면 색조 화장품을 자유롭게 발라볼 수 있는 공간도 생겼다. 보여주는 매장에서 소비자를 위한 매장으로 바뀌고 있다. 온라인몰과 해외 직구(직접 구매)로 향했던 소비자 발길을 돌리기 위한 노력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011년 화장품 매출 증가율 11.1%를 기록한 롯데백화점은 2012년부터 2015년까지 매년 매출 증가율이 5%를 넘지 못했다. 소비자들이 온라인몰에서 화장품을 구매하기 때문이었다. 분위기가 경직된 백화점 화장품 매장을 방문하는 것도 부담스러워했다. 온라인에서 사면 가격이 저렴하고 샘플도 받을 수 있다. 롯데백화점은 신제품을 먼저 출시해보고 사은품과 이벤트 행사도 열었지만 매출이 증가하지 않았다.

근본적으로 변화가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왔다. 2015년 하반기부터 매장 구조를 바꾸기 시작했다. 고급 브랜드인 샤넬 화장품 매장을 리뉴얼했다. 제품 진열대뿐 아니라 메이크업 컨설팅을 해주는 ‘메이크업 스튜디오’와 마사지 등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스킨케어룸’을 별도로 마련했다. 방문객이 매장 직원과 1 대 1로 상담할 수 있는 ‘컨시어지 라운지’도 조성했다. 2015년 관악점 대전점을 시작으로 작년 동래점 포항점 강남점 등도 이렇게 바꿨다.


에스티로더, 랑콤 등 브랜드 매장도 변신했다. 상담 공간을 별도로 마련해 개별 방문객의 피부고민에 맞춰 제품을 추천해줬다. 롯데백화점은 작년 화장품 매출이 2015년에 비해 9.7% 증가했다. 2011년 이후 처음으로 매출 1조원을 회복했다.

신세계백화점도 지난해 12월15일 대구점을 열면서 비슷한 고민을 했다. 소비자들이 오프라인 매장 중 화장품 구매를 가장 선호하는 곳이 어디인지 조사했다. 로드숍, 드러그스토어 등이 인기였다. 백화점에서 구입한다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신세계백화점은 자사 화장품 매장이 드러그스토어와 비교해 경쟁력이 있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화장품 매장을 체험형으로 바꾸기로 결정했다.

신세계백화점 대구점 개점에 맞춰 뷰티 편집숍 ‘시코르’를 선보였다. 화장품 브랜드를 한곳에 모아 놓은 편집매장이다. 신세계백화점은 소비자가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마음껏 화장품을 발라볼 수 있는 테스트 공간인 ‘셀프바’를 마련했다. 여러 브랜드 제품을 동시에 비교할 수 있게 해줬다. 메이크업포에버, 바비브라운, 맥 등 비슷한 듯하지만 브랜드별로 미세하게 다른 색상을 한눈에 비교할 수 있다. 셀프바 주변에는 메이크업 전문가들을 배치했다. 소비자가 원하면 이들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헤어 제품을 테스트해볼 수 있는 ‘헤어 셀프바’도 마련했다. 미용실과 비슷한 조명에, 거울을 두고 브러시, 드라이어, 컬링기 등 헤어 스타일링 기기도 편하게 써볼 수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시코르 매장을 부산 센텀시티점, 서울 강남점 등에 도입할 계획이다.

화장품을 구입하는 남성 소비자가 늘고 있다는 데 주목한 현대백화점은 올해부터 관련 서비스 강화에 나선다. 남성 방문객이 피부 마사지를 받을 수 있는 이벤트를 분기마다 열 계획이다. 화장품 매장에서 일정 금액 이상 제품을 구입하면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남성 소비자가 화장품을 고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에 착안, 피부 관리 노하우나 피부에 맞는 화장품 선택법 등 강좌도 열 예정이다.

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