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의원들이 주도하는 더미래연구소가 내놓은 '차기 정부 조직개편안'
산업부서 에너지부 분리 독립
복지부+고용부, 고용복지부로
국회에 장관 해임의결권 부여
민주 "대선 전 특위 만들어 논의"
[ 이태훈/은정진 기자 ]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주도하는 싱크탱크인 더미래연구소의 차기 정부 조직개편안은 노무현 정부 때 활성화됐던 합의제 행정기구를 부활시키고, 국회의 행정부 견제기능을 대폭 강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지금은 장관 인준안이 국회 청문회를 통과하지 못해도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지만 앞으로는 국회 인준을 받아야 임명이 가능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국회가 장관에 대한 해임의결권도 갖도록 했다.
◆‘위원회 공화국’ 부활하나
개편안에는 주요 정부부처를 합의제 행정기구로 대체하는 내용이 담겼다. 행정자치부가 대표적이다. 노무현 정부 때 있었던 중앙인사위원회를 부활시켜 인사와 조직을 담당하도록 하겠다는 게 민주당의 생각이다. 대통령 소속 지방자치발전위원회도 합의제 기구인 지방자치분권위원회로 전환하겠다는 게 복안이다. 행자부 산하인 경찰 업무도 지방자치단체로 이관한다. 이렇게 되면 행자부는 행정지원 업무만 맡게 돼 권한이 대폭 축소된다.
교육부를 없애 합의제 기구인 국가교육위원회로 대체하는 안도 제시했다. 대학입시관리 등은 국가교육위가 맡고 중·고등 교육정책은 시·도교육청에 이관한다. 미래창조과학부 역시 해체하는 대신 국가과학기술위원회를 설립하고 정보통신업무는 산업통상자원부로 넘기는 1안과 과학기술부와 정보통신부로 나누는 2안을 제시했다.
민주당 싱크탱크인 더미래연구소의 홍일표 선임연구위원은 “이명박 정부 때 노무현 정부를 ‘위원회 공화국’이라 비난하며 각종 위원회의 해산과 축소를 감행했다”며 “다양한 계층의 참여로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합의제 행정기구를 비효율적인 것으로 치부하는 행정부처의 논리는 극복돼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 인사청문회 대상을 확대하고 부적격 국무위원 후보자에 대한 지명철회를 손쉽게 하겠다는 내용도 개편안에 들어갔다. 지금은 국무총리 임명 시에는 국회 본회의 표결을 거치지만 장관은 거치지 않는다. 민주당은 앞으로 모든 국무위원이 국회 본회의에서 인준을 받도록 할 방침이다.
◆힘 센 부처 권한 축소
개편안은 청와대·검찰·기획재정부·행자부를 ‘과도하게 집중된 권한을 축소·분산해야 하는 조직’으로 규정했다. 이에 따라 기재부는 두 개 부처로 쪼개기로 했다. 예산·세제·국고 기능을 떼내 국가재정부를 설립하고, 기재부 내 국제금융 기능과 금융위원회가 맡는 국내금융을 합쳐 금융부를 신설하는 게 1안이다. 2안은 예산과 기획 부문을 분리해 기획예산처를, 세제와 금융을 묶어 재정금융부를 각각 신설하는 내용이다.
산업부는 산업통상부와 에너지부로 분리한다. 야당은 그동안 “에너지정책이 산업논리에 따라 지나치게 효율성만 추구한다”는 비판을 해왔다. 미래부의 정보통신업무가 산업통상부로 이관되면 산업기능은 오히려 강화된다는 게 민주당의 설명이다. 중소기업청은 중소기업부로 승격하거나 대통령 직속 중소기업위원회를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보건복지부와 고용노동부는 고용복지부로 통합해 교육부 장관이 맡고 있던 사회부총리를 고용복지부 장관이 맡는다.
검찰 개혁안도 담겼다. 앞으로 수사는 경찰, 기소는 검찰이 담당하도록 검경 수사권을 조정하겠다는 게 골자다. 검찰인사위원회에서 검사장급 인사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하고 검사를 다른 국가기관에 파견하는 것도 금지한다.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를 설치해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한다.
◆“대선 전 정부개편특위 구성”
올해 조기 대선이 치러지면 차기 대통령은 정권인수위원회 기간 없이 바로 취임한다. 따라서 대선 기간 예비내각은 물론 정부 개편안을 미리 준비해야 한다. 이 때문에 민주당은 대선 이전에 국회 정부조직개편특별위원회를 꾸려 각 정당이 협의하자는 생각을 하고 있다. 어느 당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갈등과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새누리당은 후보군이 어느 정도 정해진 뒤 별도의 정부개편안을 만들 계획이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부처를 통합하고 분리하는 것에 회의적”이라고 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번 개편안이 전체 당론은 아니다"며 "아직 당 공식 입장을 정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태훈/은정진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