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자동차 탑재할 '배터리 앙꼬' 생산 두 배로 늘린다

입력 2017-01-12 20:27
르포 - SK이노베이션 충북 증평 배터리 분리막 공장

공격투자로 탈정유
분리막 수요 매년 40% 증가
벤츠·현대차 등이 주고객
2020년 아사히 제치고 1위 목표


[ 주용석 기자 ]
SK이노베이션이 2020년까지 배터리 분리막 생산능력을 두 배 이상으로 늘리기로 했다. 1단계로 내년 상반기까지 설비 규모를 지금의 1.6배 수준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분리막은 SK이노베이션이 유가만 쳐다보는 천수답식 사업 구조에서 탈피하기 위해 전기차 배터리와 함께 미래 먹거리로 키우는 신성장 엔진이다. SK이노베이션은 올해 최대 3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는데 업계에선 이 중 분리막 증설에 2000억원대를 투자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 9일 찾아간 SK이노베이션의 충북 증평 공장에선 분리막 생산라인 증설 작업이 한창이었다. 손기철 SK이노베이션 기획담당 부장은 “독일 메르세데스벤츠가 내년에 생산할 주력 전기차에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를 공급하기로 했다”며 “여기에 필요한 분리막 생산을 위해 공장을 증설하고 있다”고 말했다.

분리막은 스마트폰이나 전기차 배터리의 성능과 안전성을 좌우하는 핵심 소재다. 얇은 필름 모양으로 비닐처럼 생겼다. 언뜻 보기엔 누구나 제조할 수 있을 것 같지만 기술 장벽이 높은 고부가 제품이다. 이상준 증평 공장 전지소재생산팀 부장은 “배터리 내에서 리튬이온이 안정적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분리막에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한 구멍을 균일하게 뚫어줘야 하는데 이 기술을 개발하기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세계 분리막 시장은 일본 아사히카세이(39%), SK이노베이션(19%), 도레이(14%)의 3강 구도다. 설비 기준으론 아사히가 연간 4억1000만㎡, SK이노베이션이 연간 2억1000만㎡의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이를 내년 상반기까지 3억3000만㎡(전기차 100만대에 공급할 수 있는 분리막 물량)로 늘리고 2020년에 아사히를 추월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SK이노베이션이 이처럼 공격적 증설에 나선 것은 세계 분리막 시장이 2020년까지 연평균 40%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기 때문이다. 손 부장은 “2020년까지 정보기술(IT) 기기용 분리막은 연평균 27%, 전기차용 분리막은 연평균 54%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은 2004년 국내 최초, 세계 세 번째로 분리막 상업화에 성공했다. 2005년부터 충북 청주 공장(1~3호라인)과 증평 공장(4~9호라인)에서 분리막 생산을 시작했다. 현재 증평 공장에10, 11호 라인을 증설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의 분리막 사업은 상업 생산 2년 만인 2007년부터 흑자를 내기 시작했다. 지난해까지 누적 매출 1조원을 넘었다. 현대·기아자동차, 중국 베이징자동차, 벤츠 등 완성차 업체와 삼성SDI, 중국 ATL 등 배터리 업체가 주요 고객이다.

시장 진입 과정에서 해외 선발 업체의 견제도 만만치 않았다. SK이노베이션은 2006년 일본 도레이, 2013년 미국 셀가드로부터 특허침해 소송을 당했지만 이를 이겨내고 시장에 안착했다.

증평=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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