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의 덫…프랜차이즈 분쟁 금융위기 후 최다

입력 2017-01-12 19:04
불경기에 실적 나빠지자
가맹비 반환 요구 잇따라
작년 분쟁조정 600건 육박

인테리어 비용 놓고도
본사-가맹점 갈등 증폭


[ 황정수 기자 ] 지난해 프랜차이즈(가맹) 본사·점주 간 분쟁 건수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점주의 가맹비 반환 청구, 본사의 과도한 재료비 수취, 인테리어비 과다 징수 등 비용 관련 갈등 때문에 벌어진 다툼이 대부분이다. 불경기로 가맹 본사·점주 모두 돈벌이가 시원찮아져 비용에 민감해진 영향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2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2015년 공정위에 접수된 가맹사업법 위반 사건은 367건이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525건) 이후 최고치다.

작년에도 2015년만큼 많은 사건이 접수돼 법 위반 등으로 처리한 실적이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최소 320건 이상)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공정위 산하 공공기관인 공정거래조정원에 들어온 가맹사업 관련 분쟁조정 신청도 2015년(522건) 대비 약 13% 증가한 580~590건 수준인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최근 5년래 최고치다.


유명 프랜차이즈 분쟁 빈번

가맹사업 분쟁은 본사·점주 간 매출, 비용 등 돈을 둘러싼 다툼이 대부분이다. 예컨대 음료 전문점 가맹 본사로부터 월평균 매출 1800만원을 거둘 수 있다고 안내받고 가게를 차렸다가 월 매출이 1200만원 수준에 그치자 본사에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식이다. 매출이 생각보다 부진하자 본사에 낸 ‘가맹비’를 돌려달라고 요구하는 경우도 흔한 사례다.

유명 가맹 본사도 분쟁을 피해가지 못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김밥 가맹 브랜드인 바르다김선생과 가맹점주협의회 간 싸움이다. 협의회는 작년 3월 김밥 재료인 쌀 고기 등 식자재를 특수관계인을 통해 비싼 가격에 구입하도록 강제하고 있다며 본사를 공정위에 신고했다. 당시 본사는 “물품 강매라고 주장하는 부분은 브랜드를 만들어 나가고 지키려는 노력 때문”이라며 “고기 끼워팔기는 가맹점 맛의 통일성과 표준화를 지키기 위한 조치였다”고 해명했다. 공정위는 이 사건을 조사 중이다.

미국계 가맹 본사 피자헛도 계약서에 없는 ‘어드민피(admin fee)’란 이름의 수수료(매출의 0.55~0.8%)를 가맹점으로부터 받다가 공정위에 적발돼 지난 3일 과징금을 물었다. 미스터피자도 광고비(가맹점 매출의 4%) 집행 내역 공개 등을 놓고 본사와 가맹점이 분쟁 중이다.

불황일 때 분쟁 증가 경향

분쟁 급증은 경기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구조조정 등으로 일자리를 잃은 실직자들이 가맹점 등 자영업 전선에 뛰어들면서 경쟁이 치열해진 반면 경기 둔화의 타격은 골목상권에 집중되고 있다”며 “본사와 점주 모두 돈 버는 게 어려워지자 비용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분쟁이 빈번해지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전국 가맹점 수는 2014년 말 20만7894개에서 2015년 말 21만7885개로 약 1만개 늘었고 같은 기간 브랜드 수도 4803개에서 5219개로 증가했다. 실적은 부진하다. 미스터피자, 피자헛 등 피자 대표 업체는 2015년 적자를 냈다.

같은 해 맥도날드 롯데리아 김가네 설빙 등 유명 가맹 본사는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60% 이상 급감했다. 가맹점도 상황이 다르지 않다. 서울시 조사 결과 2012년 서울에서 문을 연 치킨집 중 38%가 3년 안에 문을 닫았을 정도로 ‘한겨울’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가맹사업 관련 분쟁은 경기 호황일 때 줄었다가 불황일 때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며 “가맹시장 불공정행위에 대한 감시를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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