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자가 어제 첫 기자회견에서 밝힌 경제 화두는 역시 일자리와 보호무역이었다. 그는 “가장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대통령이 될 것”이라며 기업의 미국 생산 회귀를 강조했다. 트럼프는 또 “(NAFTA 등) 미국의 무역협정은 재난”이라며 이에 대한 재조정을 강하게 시사했다. 기자회견에서 한국을 적시하지는 않았지만 일본과 멕시코 등을 수차례 언급, 이들과의 통상마찰을 예고하기도 했다. 재정 지출과 인프라 투자에 대해 언급이 없었던 점은 의외였다. 공화당 주도의 의회도 본격적으로 움직이는 모양새다. 공화당은 수출품에 대해선 면세하고 수입품에는 세금을 매기는 법안을 제출할 계획이라는 보도도 있었다. 트럼프 인수위원회와 공화당 관계자들이 만나 법인세를 포함한 각종 세제 개편을 논의했다고도 한다.
트럼프노믹스는 30년 만에 법인세를 손질해 기업 활력을 살리고, 규제를 완화하며, 초대형 인프라를 건설키로 하는 등 기대되는 부분도 없지 않다. 하지만 ‘미국 우선주의’에 집착해 자유무역 원칙을 무시하거나 기존의 국제 분업체계를 파괴할 것이라는 우려도 갈수록 커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수출품에 면세하고 수입품에 고관세를 적용하는 정책도 그렇다.
이 법은 글로벌 시장의 가치사슬(GVC: global value chain)을 붕괴시킬 우려가 크다. 미국 내 자동차 회사들은 부품의 30%를 멕시코에서 수입한다. 물론 이들 부품의 소재는 세계 각국에서 멕시코로 수출하는 것들이다. 이들 부품에까지 고관세를 매기고 미국 내 조달을 강요한다면 분업 구조 자체가 부정된다. 포드가 멕시코에서 미국 미시간주로 공장을 옮기면 자동차 한 대당 비용이 1200달러(약 140만원) 더 소요된다는 분석도 있다. 더구나 GVC에 크게 의존하는 한국은 수출에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또한 미국이 보호무역주의로 돌아서면 다른 나라도 곧바로 미국을 본떠 보호무역주의로 돌아설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상계관세가 보편화되고 통상마찰이 불꽃을 튀길 것이다. 국제분업의 정점에 있는 미국이 오히려 힘을 잃을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미국 물가가 상승하고 인플레이션이 일어날 것이라는 분석까지 나온다. 트럼프노믹스가 세계 경제를 흔들고 있다. 기대도 되지만 리스크도 크다. 복잡한 방정식이다.
미국에 현지 공장을 두고 있는 기업들은 그나마 다행이지만 단순 수출 위주의 한국 기업들은 상당한 리스크를 떠안게 된다. 기민하게 대처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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