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회장 피의자로 소환
[ 김현석 기자 ] 특검이 11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뇌물공여 피의자’로 출석하라고 통보하자, 삼성의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은 ‘패닉’에 빠졌다. 지난 9일 최지성 미래전략실장이 19시간 조사를 받은 터라 이 부회장도 조만간 소환할 것으로 보고 준비해왔지만, 곧바로 피의자로 부를 것으론 예상하지 못했다. 특검 측이 “이 부회장의 영장과 관련해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밝히면서 ‘구속을 각오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에 휩싸였다.
삼성 측은 그동안 이 부회장의 피의자 소환이나 구속은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해왔다. 청와대 요구에 따라 이뤄진 정유라 승마 지원 등에 대해 뇌물죄를 적용하려면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을 ‘경제적 공동체’로 봐야 하는데 법적으로 성립되기 어려워서다. 또 제3자 뇌물죄를 적용하려면 부정한 청탁이 있어야 한다. 삼성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은 승마 지원과 전혀 무관하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특검이 이 부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부르자 미래전략실 팀장들은 하루 종일 회의를 열고 대책을 숙의했다. 삼성 관계자는 “그동안 이 부회장의 피의자 소환이나 구속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에 아무런 대책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사태의 본질은 특검 이름처럼 ‘최순실 국정농단’인데, 돈을 뺏긴 피해자인 삼성의 최고경영진을 겨냥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특검이 이 부회장의 구속 가능성을 흘리는 데 대해선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이미 수차례의 압수수색으로 증거를 다 가져갔기 때문에 증거인멸 우려가 없고, 세계적인 기업의 경영자로 도주할 가능성도 없어서다.
특검이 이 부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면 삼성은 2014년 5월 이건희 회장이 쓰러진 이후 2년8개월 만에 가장 큰 위기를 맞게 된다. 특검이 “이 부회장 소환 조사 후 삼성 관계자를 일괄 사법처리하겠다”고 밝히면서 삼성 리더십에 집단적 공백이 생길 가능성도 있다. 이럴 경우 사업재편이나 인수합병(M&A), 지주회사 전환 등 굵직한 현안뿐 아니라 일상적 경영까지 올스톱될 수 있다.
이 부회장이 미래전략실도 없애겠다고 공언한 상황이어서 앞날은 더욱 불투명하다. 현재로선 2008년 삼성 특검 때 구조조정본부를 해체한 것처럼 사장단협의회에서 주요 사안을 논의하는 방식 등이 떠오르고 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