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통 4년 만에 '빚더미'…의정부경전철 파산 신청

입력 2017-01-11 18:10
수정 2017-01-12 05:36
지자체 무리한 선심성 사업…'수익형 민자사업' 또 도마에

5400억 들인 수도권 첫 경전철

승객 수요예측 30%에 그쳐
적자 못이겨 결국 파산 수순
의정부시 "사업자 재선정 운행 계속"


[ 윤상연 기자 ]
공사비 5470억원을 들여 건설한 경기 의정부시의 의정부경전철이 개통 4년 만에 파산 신청을 결정했다. 애초 예상보다 이용자가 턱없이 모자라 적자가 누적된 결과다. 수요예측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사업을 벌여 혈세를 낭비한 대표적인 사례라는 지적이 나온다.

◆의정부경전철의 비극

경전철 사업자인 의정부경전철은 11일 이사회를 열어 경전철, GS건설, 고려개발, 이수건설 등 주요 주주가 파견한 재적 이사 다섯 명 전원이 파산 신청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르면 3월 파산 여부가 결정될 것이란 전망이다.

2012년 7월 수도권 첫 경전철로 개통한 의정부경전철은 승객이 예상에 미치지 못하면서 누적 적자가 2400억원에 달했다.

이상철 의정부경전철 관리이사는 “이사회가 파산 절차를 의결한 만큼 이달 말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파산신청서를 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난 2일 국민은행 농협은행 등 5개 금융회사로 구성된 의정부경전철 대주단은 누적 적자가 커지자 출자사들에 ‘경전철 파산 신청’과 ‘이사회 개최’ 등 파산 관련 공문을 발송했다.

의정부경전철은 의정부시 지역 내 균형 발전과 시민의 교통편의를 위해 예산 5470억원을 들여 2012년 7월 개통됐다. 총연장 11㎞로 발곡~탑석 구간 15개역을 경유하는 노선이다. 사업방식은 민간사업자가 건설해 30년간 운영하다 의정부시에 넘기는 ‘수익형 민자사업’으로 추진됐다. 민간사업자가 운영해 투자금을 회수해 가도록 하는 방식이다.

개통 이후 이용객이 애초 예상을 훨씬 밑돌면서 문제가 생겼다. 실시협약 당시 예측한 하루 이용자는 7만9000명이었지만 승객은 3만5000여명에 그쳤다. 수도권 환승 할인과 장애인·경로무임승차 등 승객 유인책도 써봤지만 ‘백약이 무효’였다. 의정부경전철은 연간 원리금 상환액 250억원, 운영비 50억원, 후순위 차입금 150억원 등 연간 450억원의 적자를 냈다.

◆의정부시 “이른 시일 내 재개통”

이번 파산으로 민간사업자와 의정부시 간 갈등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실시협약에는 최소운영수익보장(MRG) 조항이 있다. 하루 이용자가 최초 수요의 50~80%일 때 의정부시가 손실을 보전해 준다는 내용이다.

의정부시는 승객이 수요예측 대비 30%에 불과하므로 손실보전을 해 줄 의무가 없다는 입장이다. 의정부시는 전체 운영비 170억원 중 운영수입 120억원을 뺀 적자분 50억원의 운영비만 보전해 주겠다고 밝혔다.

민간사업자로 구성된 의정부경전철 측은 적자 타개를 위해 2015년 12월 사업방식과 MRG 비율 등을 다시 정하는 사업재구조화 방안을 의정부시에 제안했다. 의정부시는 이를 거부했다. 경전철 투자금을 쉽게 회수해가기 위한 것이라는 논리에서였다. 지난해 9월까지 양측이 여섯 차례 협상했지만 결렬됐다.

안병용 의정부시장은 지난 6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30년간 운영 책임이 있는 의정부경전철이 경영적자를 이유로 불과 4년 반 만에 사회적 책임을 저버리고 파산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며 불만을 나타내기도 했다.

의정부시는 의정부경전철이 요구하는 계약해지에 따른 지급금 2400억원도 지방채를 발행해 해결하기로 했다. 사업자를 재선정해 경전철 운행을 계속하려는 의도라는 해석이 나온다.

의정부=윤상연 기자 syyoon111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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