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부실대학 지원중단 공지" vs "장학금 제외는 권리 침해" 학생

입력 2017-01-10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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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등급 대학' 국가장학금 지원 제한

장학금 못받는 신경대 학생들 "장학재단 교육법 위반" 소송
장학금 지급불가 맞선 교육부 "불이익 알고도 입학한 책임"

대학 구조조정 지지부진하자 부실대학들 '무조건' 학생모집
교육부·학교 믿은 학생만 피해


[ 박동휘 기자 ] 경기 화성에 있는 신경대 학생(올해 2학년)들이 한국장학재단을 상대로 소송을 낸 것으로 확인됐다. 소속 대학이 교육부 평가에서 최하(E) 등급을 받았다는 이유로 학생들까지 국가 장학금 혜택을 못 받도록 한 것은 부당하다는 게 소송의 골자다. 이에 대해 한국장학재단과 교육부는 “장학금 제한 대학임을 고지했음에도 입학한 것은 학생 책임”이라고 지급 불가 방침을 고수했다. ‘부실 대학’ 퇴출이 지연되면서 애꿎은 학생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소송당한 한국장학재단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2016학년도에 입학한 신경대 학생 10명이 서울행정법원에 한국장학재단이 교육기본법을 위반했다며 소송을 냈다. 학교가 ‘부실’하다고 해서 학생들까지 국가장학금 대상에서 제외되고, 학자금 대출까지 못 받도록 한 것은 부당하다는 게 소송 취지다. 교육기본법 28조에 따르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경제적 이유로 교육받기 곤란한 사람을 위한 장학제도와 학비보조제도 등을 수립·실시해야 한다’고 돼 있다. 이달 중순께 변론기일이 잡혀 있다.

신경대는 2015년 8월 이뤄진 교육부의 1주기 대학평가에서 대구외국어대, 루터대, 서남대, 한중대, 서울기독대, 김천대 등 다른 6개 대학과 함께 E등급을 받으면서 ‘퇴출 대상’으로 낙인찍혔다. E등급 대학에 대한 벌칙은 세 가지다. 우선 학교는 교육부의 각종 재정지원 사업에 지원할 수 없다. 국가장학금 및 학자금 대출 혜택을 못 받는 등 학생들도 불이익을 받는다.

2주기 대학평가가 내년 4월에 시작될 예정이어서 이들 E등급 대학 불이익은 2018학년도까지 지속된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자금 대출 제한은 ‘한국장학재단설립 등에 관한 법률(시행령 21조5호)’에 근거한 것이고, 국가장학금 제한은 교육부 차관 주재로 매년 열리는 학자금지원제도 심의위원회에서 결정한 사항”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장학재단도 “E등급 지정에 따른 제재 조치를 각 학교 홈페이지 등에 고지하도록 했다”며 “불이익에 관한 내용을 알고도 입학한 학생들을 구제할 방법은 없다”고 못박았다.


부실대학들 ‘배째라’ 학생 모집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의 원인으로 대학 구조조정 지연을 꼽는다. 당초 교육부는 대학평가를 하면서 D, E등급을 받은 대학들에 한해 ‘퇴로’를 열어주는 방안을 병행하려 했다. 사립재단이 투자금을 일정 정도 회수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시장 원리에 따라 대학 숫자를 줄이겠다는 전략이다.

신경대 재단만 해도 보유 순자산이 658억원(2015년 말 기준)에 달한다. 학교를 정리하면서 임직원 퇴직수당 및 인건비 미지급액 지급, 등록금 환급 등 소요 비용을 빼더라도 500억원가량이 남는다. 잔여 재산을 환수할 수 있도록 하면 대학 재단이 자발적인 퇴출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야당 등의 반대로 이런 내용을 담은 대학 구조조정 법안은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퇴로가 막힌 데다 각종 불이익으로 고사 직전에 이르자 ‘부실 대학’들은 나름의 살길을 찾기 시작했다. 신입생을 모집하면서 ‘국가장학금에 준하는 교내장학금을 지원하겠다’고 공고하는 식이다. 신경대도 퇴출 경고를 받은 이후 이 같은 방식으로 근근이 버텨왔다.

전북 남원에 있는 서남대도 마찬가지다. 핵심 단과대인 의대가 폐과 위기에 몰리는 등 퇴출 직전이지만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2017학년도 신입생을 모집했다.

사립대 관계자는 “신경대만 해도 경기도에 있어 서울 근교에서 학교를 다니고 싶어하는 수요가 있고 간호학과 등 일부 학과는 인기가 높다”며 “E등급 판정에 따른 불이익을 고지해도 학교가 사라지지 않는 한 학생 입학을 막을 방법은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살아남으려는 학교와 대학 구조조정이란 원칙론을 고수하는 교육당국 사이에서 학생들만 피해를 입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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