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와 미디어 행사 겹치면서 3~5위 업체들 불만 늘어나
[ 안혜원 기자 ] "또 겹쳤네요."
10일 기아자동차의 신형 모닝 출시 발표회 일정이 나오자 한 자동차 업계 관계자가 이렇게 말했다. 공교롭게도 기아차의 행사 일정은 오는 17일로 예정된 한국GM 쉐보레의 신형 크루즈 출시 발표회와 겹쳤다.
신형 크루즈는 9년 만에 풀 체인지(완전 변경)돼 나오는 모델. 한국GM의 올해 내수 시장의 입지를 강화할 전략 모델 중 하나로 꼽힌다. 출시 행사에도 많은 공을 들였다. 독특한 장소를 골랐다. 서울 외곽의 폐공장인 영등포구 소재 대선제분 문래공장에서 신차 발표회를 연다.
하지만 같은날 출시 행사를 진행하는 기아차 모닝 또한 대표적인 국내 인기 모델. 자칫 취재 기자들의 관심이 모닝에게 몰릴까 한국GM의 걱정이 커지고 있다.
최근 들어 미디어 간담회 일정이 현대차 기아차와 겹치는 것에 대한 불만 토로하는 완성차 업체들이 많다. 국내 자동차 시장의 3~5위 완성차 업체인 한국GM 르노삼성자동차 쌍용자동차 등이다.
이들 업체들은 "우리 행사가 1·2위 업체인 현대차와 기아차 간담회 일정과 겹칠 경우 집중도가 떨어질 수 밖에 없어 걱정"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실제로 지난 4일 열린 쌍용차 코란도C 출시 간담회는 대체로 한산했다. 같은날 기아차가 신형 모닝을 최초로 공개한 탓이다. 2011년 2세대 모델 출시 후 6년 만에 3세대 신모델을 첫 공개하는 만큼 모닝에 대한 취재 열기가 컸다. 한국GM 스파크와 경쟁 구도가 형성된 경차 시장에 대한 관심도도 높았다.
하지만 코란도C는 부분 변경 모델. 행사 또한 사진 촬영 위주로 진행됐다는 점에서 관심도가 다소 떨어졌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완성차 업계에서는 이같은 현상이 지난해부터 두드러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작년 1월에는 르노삼성의 중형 세단 SM6가, 5월에는 한국GM 쉐보레 말리부의 출시 및 시승 행사가 현대차의 미디어 간담회와 겹쳤다. 현대차는 같은날 아이오닉 하이브리드 출시와 아반떼 스포츠 시승 행사를 각각 진행했다.
11월에는 말리부가 생산되는 한국GM의 부평 2공장 공개 일정과 기아차 K7 하이브리드 시승회가 동시에 열렸다.
다만 업계에서는 의도적이라기 보다는 대규모 행사를 진행하기에 적합한 날짜가 한정돼 있다보니 발생하는 웃지 못할 헤프닝으로 보고 있다. 특히 이달의 경우 설 연휴가 예정돼있어 고를 수 있는 날짜가 적다는 것.
한 완성차 업체 관계자는 "행사를 진행하기에 좋은 일정은 모든 업체가 비슷하다. 따라서 겹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고 전했다. 이어 "대부분 행사를 기획하는 대행사에서 결정하는 일정을 따르는 것이 대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