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글로벌 경제 좌우할 3대 '지역 이슈'
[ 시키고=이심기 기자 ]
올해 글로벌 경제에서 변수가 될 지역 이슈는 세 가지로 요약된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협상과 중국 경제의 연착륙, 신흥국 경제의 안정 여부다. 브렉시트 협상은 EU의 운명을 가를 수 있다는 점에서, 미국과 함께 주요 2개국(G2)인 중국 경제의 움직임은 곧바로 세계 경제에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파급력이 크다. 미국 시카고에서 8일(현지시간) 끝난 미국경제학회(AEA)의 주제별 세션에서 전문가들이 이 세 가지 이슈에 대해 내놓은 전망을 정리했다.
이슈(1) 브렉시트 협상
英, EU와 결별 '협의이혼' 아닌 '파혼' 수준 될 것
영국과 유럽연합(EU)의 결별은 ‘협의이혼’이 아니라 ‘파혼’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됐다. ‘2017 미국경제학회(AEA)’의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를 주제로 한 세션에서 전문가들은 “하드 브렉시트보다 더한 파국으로 끝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영국 정부는 올해 1분기 내에 EU와 본격적인 브렉시트 협상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데 양측 모두 만족할 만한 주고받기가 어렵다는 분석이다.
유니버시티 칼리지 더블린의 칼 휄란 교수(사진)는 “2019년부터 영국은 EU를 떠나게 되며 단일시장 접근과 같은 혜택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영국의 EU 수출은 세계무역기구(WTO) 규범이 적용되며 EU 혹은 개별 회원국 간 새로운 무역협상이 가능하지만 타결까지 수년이 걸릴 것으로 예측했다.
휄란 교수는 “영국의 협상 마지노선은 이민자에 대한 통제권 회복. 사법권 환수, EU 예산 분담 철회가 되겠지만 이 경우 EU는 입맛에 맞게 골라 먹을 수 있는(a la carte) 단일시장 접근권을 주기 어렵다”고 내다봤다.
이 같은 분석의 근거는 브렉시트 국민투표 후 6개월간 영국 경제가 별다른 충격을 받지 않았다는 데 있다. 장기적으로 성장률 하락과 투자금 이탈에 직면하겠지만 ‘브렉시트 리세션(경기침체)’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조너선 포테스 영국국립경제사회연구소 소장은 “브렉시트가 영국 경제에 재앙은 아니다”고 말했다. 기본 시나리오를 기준으로 2020년까지 국내총생산(GDP)이 최대 1.3%포인트 감소하고, 1인당 소득도 2020년까지 0.8%, 2030년까지는 3.4%까지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극단적인 상황을 가정하면 이보다 50% 큰 충격을 받겠지만 이 역시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휄란 교수도 “많은 글로벌 금융회사가 유럽 각 도시로 지역거점을 재배치하면서 타격을 받겠지만 런던은 여전히 글로벌 금융허브의 지위를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슈(2) 중국 경제 연착륙
中 소비 주도 성장, 예기치 않은 '함정' 빠질 수도
중국 ‘경제전환’ 정책의 위험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연 10% 이상 고속성장의 부작용을 없애기 위해 수출·제조업 주도에서 내수와 서비스업 중심으로 경제구조를 바꾸는 과정에서 예기치 않은 실패가 초래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비판은 중국인의 입에서 나왔다. 훙핑판 유엔 글로벌경제 감시단장(사진)은 미국경제학회(AEA) 신흥국 세션에서 “중국의 경제전환이 예기치 못한 함정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단도직입적으로 “소비 주도형 개발은 있을 수 없으며 중국은 투자 중심 전략을 지속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이 경제전환에 성공할 수 있을지가 세계 경제의 리스크로 부각되는 상황에서 중국의 과도한 정책쏠림을 경계해야 한다는 시각을 드러낸 것이다.
그는 “성장 결정 요인으로는 자본 축적 등 여러 가지가 있지만 소비가 성장을 주도한다고 볼 수 없다”며 “중국의 경우 투자가 여전히 성장에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했다.
훙 단장은 “무엇보다 중국의 소비는 과거 30년 동안 연 8.7%씩 증가해왔다”며 “지금 상태로도 합리적 경로를 따르고 있는 만큼 중국이 미국보다 소비수준이 낮다는 사실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실상을 오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히려 그동안 높은 고정투자로 세계 경제의 성장을 이끌었던 중국이 최근 급격히 투자를 줄이고 있고 특히 민간부문의 투자 감소는 경고음을 울릴 수준까지 추락했다고 우려했다.
훙 단장은 “경제의 효율성과 사회적 포용성을 높이고 지속가능한 환경 개선을 이루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슈(3) 신흥국 안정
선진국 '추격 전략' 한계…노동인구 역동성 떨어져
“험난하고 좁은 길로 들어섰다.”
루파 다타굽타 국제통화기금(IMF) 세계경제연구실 부실장(사진)은 미국경제학회(AEA) 신흥국 세션에서 이렇게 발표를 시작했다. 그동안 고성장을 누리며 글로벌 경제를 이끌고 온 신흥국이 새로운 도전에 직면했다는 경고다.
신흥국을 대표하는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 중 브라질과 러시아는 2015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마이너스 성장을 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6% 성장이 위협받고 있다.
다타굽타 부실장은 그러나 신흥국이 직면한 문제는 보다 근본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신흥국의 선진국 추격(catch-up) 전략이 끝나간다”며 “인구배당 효과도 사라지고 경제는 성숙단계로 접어들었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선진국이 지나온 성장 경로를 따라가며 빠르게 진행해온 ‘캐치 업(추격)’ 전략도 한계에 직면하고 있다.
주요 신흥국은 경제가 선진국 초기단계와 비슷한 성숙 국면에 들어서고 있다는 설명이다. 1995년에 선진국 경제는 글로벌 경제의 절반이 넘는 60%를 차지했지만 2015년에는 신흥국과 개발도상국이 똑같은 비중(60%)을 갖고 있다.
그동안 높은 출산율로 생산가능인구 비중이 늘면서 경제성장률도 따라 높아지던 인구배당 효과 역시 사라지고 있다. 다타굽타 부실장은 “출산율 하락과 고령화 인구가 증가하면서 이제 브릭스 국가 중 어느 곳도 인구배당 효과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안으로 외부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전략의 변화를 주문했다. 인적자본 투자를 늘리고, 부채를 지속 가능한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는 것이다.
시카고=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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