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토너먼트오브챔피언스 우승
막판 더블보기 범하고도 3타 차로 마쓰야마 제쳐
400야드 장타·강철 멘탈 키운 스피스의 '죽마고우'
[ 최진석 기자 ]
미국프로골프(PGA)투어 4년차 저스틴 토머스(미국·사진)는 자신의 특기를 ‘물구나무 서기’라고 소개한다. 그는 키 178㎝, 몸무게 70㎏의 호리호리한 몸매를 갖고 있다. 그럼에도 물구나무 서기를 통해 근력과 유연성을 길러 지난 6일(한국시간) 개막한 새해 첫 대회 SBS토너먼트오브챔피언스(총상금 610만달러·약 73억7000만원)에서 400야드가 넘는 장타를 뿌렸다. 여기에 ‘강철 멘탈’까지 장착한 그는 마쓰야마 히데키(일본)의 추격과 15번홀(파5) 더블 보기 위기 등을 극복하고 9일 우승을 차지했다. 토머스는 조던 스피스(미국)와 10대 시절부터 선수생활을 함께한 죽마고우다. 그는 이번 우승으로 2016~2017시즌에 멀티 우승(2승 이상)을 차지한 첫 선수가 되며 ‘차세대 골프 황제’ 스피스의 새로운 경쟁자로 떠올랐다.
◆더블보기에도 태연한 ‘멘탈 왕중왕’
이날 대회 최종 4라운드가 열린 미국 하와이주 마우이섬 카팔루아리조트의 플랜테이션골프코스(파73·7452야드)는 토머스와 마쓰야마 두 선수가 우승을 놓고 경쟁하는 매치플레이 분위기였다. 5타 차로 토머스를 쫓던 마쓰야마는 14번홀(파4)에서 티샷을 그린 근처에 보낸 뒤 세컨드샷으로 이글을 잡아 단숨에 3타 차로 따라 붙었다. 다음 15번홀(파4)에서 토머스에게 위기가 왔다. 세컨드샷을 해저드로 보낸 것. 그는 1벌타를 받은 뒤 드롭해 친 네 번째 샷도 공을 그린에 올리지 못했다. 결국 더블 보기를 범해 마쓰야마에게 1타 차 추격을 허용했다.
16번홀(파4)을 파로 마무리한 두 선수의 승부는 17번홀(파4)에서 갈렸다. 토머스는 207야드 남은 지점에서 6번 아이언을 잡았다. 그의 힘찬 스윙에 공은 그린 위로 날아가 핀 1m 지점에 멈췄다. 그는 15번홀의 더블 보기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과감한 공격을 감행해 성공시켰다. 반면 마쓰야마는 그린 끝부분에 공을 올렸고 불안정한 퍼팅으로 보기를 기록했다. 토머스는 다시 3타로 벌린 격차를 18번홀(파5)까지 유지해 최종합계 22언더파 270타를 기록했다. 이로써 새해 첫 대회 우승자이자 이번 시즌 첫 멀티 챔프가 됐다. 토머스는 우승 직후 인터뷰에서 “15번홀에서 더블 보기를 범했지만 마음의 동요는 없었다”며 “편안한 마음으로 경기했다”고 말했다.
◆스피스 공동 3위 … ‘절친 라이벌’ 구도
이번 대회는 지난 시즌 우승자 32명만 초청한 ‘왕중왕전’이었다. 참가자 32명의 통산 승수를 합치면 104승이다. 스피스는 이날 보기 없이 버디 8개를 몰아치며 최종 합계 16언더파 276타로 팻 페레즈, 라이언 무어(이상 미국)와 함께 공동 3위에 올랐다. 스피스는 토머스와 절친한 사이다. 우승 직후 그는 18번홀에서 토머스를 기다렸다가 직접 축하인사를 건넸다. 토머스는 어린 시절 드라이버로 파3홀도 못 올리던 약골이었다. 하지만 강한 승부욕과 경기에서 떨지 않는 정신력을 무기로 실력을 끌어올렸다. 토머스와 스피스는 어린 시절 내기 퍼팅도 자주 했다. 두 선수가 ‘퍼팅 귀신’으로 불리는 배경이다. 전문가들은 올 시즌 스피스와 토머스 두 절친이 10대 시절 형성한 라이벌 구도가 다시 주목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대회에 나이키 옷을 새로 입고 나온 세계랭킹 1위 제이슨 데이(호주)는 13언더파 279타, 공동 12위로 대회를 마쳤다. 한국의 기대주 김시우(22·CJ대한통운)는 이날 5타를 잃고 최종합계 이븐파 292타로 출전 선수 32명 가운데 공동 30위에 머물렀다. 한국산 골프공 볼빅을 들고 처음 경기를 한 버바 왓슨(미국)은 최종합계 6언더파 286타, 공동 25위로 마쳤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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