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 세션
[ 시카고=이심기 기자 ] 선진국 경제가 장기 정체 국면에 진입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낮은 생산성 증가율이라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한 벗어나기 어렵다는 비관적 전망도 함께 제기됐다.
7일(현지시간) 미국경제학회(AEA)에서 열린 선진국 세션의 주제는 ‘스태그네이션’이었다. 성장률이 연 2%를 밑도는 침체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는 뜻이다. 국제통화기금(IMF) 수석이코노미스트를 지낸 올리비에 블랑샤르 매사추세츠공대(MIT) 명예교수는 최근 10년간 선진국의 생산성 증가가 제로에 가깝다는 분석 결과를 내놨다. 제로 금리에도 불구하고 수요가 연간 2.1%밖에 증가하지 않는 등 수요 부진이 생산성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재정 통합과 금융권의 대출 축소, 소비자 부채 증가가 주된 원인으로 꼽혔다.
데일 요겐슨 하버드대 교수는 “2000년 이후 선진국은 이미 스태그네이션에 직면한 상태”라며 “그동안 세계 경제가 3% 중반에서 4%에 가까운 평균 성장률을 보인 것은 신흥국, 특히 아시아 국가의 괄목할 만한 생산성 증가 덕분”이라고 밝혔다.
마틴 펠드스타인 하버드대 교수는 “미국만이 선진국 중 유일하게 2%대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며 열 가지 비결을 들었다. 그는 △적극적인 기업가정신 △벤처캐피털 등 풍부한 투자금 지원 △산학연이 연계된 우수한 연구개발 환경 △낮은 노조 결성률과 유연한 노동시장 △인구 증가 △열심히 일하는 직업윤리 △셰일 원유를 통한 저렴한 에너지 비용 △낮은 정부 규제 △작은 정부 △재산권을 확고하게 보호하는 법제도 등이다. 펠드스타인 교수는 “미국의 복지는 증가했지만 유럽보다는 훨씬 적다. 이 점도 미국의 ‘실적’이 뛰어난 이유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시카고=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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