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권 바뀌어도 위안부 합의 지켜야"
[ 도쿄=서정환 / 박상익 기자 ]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사진)가 8일 위안부 소녀상 문제에 대해 “한국이 제대로 성의를 보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가 간 신뢰 문제를 부각시켜 타결한 한·일 위안부 문제 합의 이행을 압박한 것이란 분석이다.
한국과 일본은 2015년 12월 위안부 피해자를 위한 재단에 일본 정부가 10억엔을 출연하고 한국 정부는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 설치된 위안부 소녀상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기로 합의했다.
아베 총리는 이날 NHK 프로그램 ‘일요토론’에 출연해 부산 소녀상 설치로 위안부 합의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에 “일본은 의무를 실행해 10억엔을 출연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2015년 위안부 문제를 합의했다”며 “위안부 문제에 대해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인 합의라는 것을 서로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아베 총리는 “한국은 정권이 바뀌어도 (합의를) 이행해야 한다”며 “국가 신용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사회자가 서울 일본대사관 앞에 설치된 소녀상에 대해서도 같은 생각인지 묻자 “당연하다”고 답했다. 이 프로그램은 일본 정부가 부산의 소녀상 설치에 항의해 나가미네 야스마사 주한 일본대사와 모리모토 야스히로 부산 총영사를 일시 귀국 조치한 지난 6일 녹화됐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소녀상 문제에 연일 강경 발언을 이어가고 있는 것은 자민당 내 강경파의 요구를 반영하고 한국 측에 위안부 협상 재교섭 불가 방침을 분명히 하기 위한 의도라는 분석이다.
일본 내에서는 위안부 협상에 합의한 지 1년이 지났지만 주한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 철거나 이전은 고사하고 부산 총영사관 앞에 또다시 소녀상이 설치된 데 대해 우익을 중심으로 강한 반발 여론이 일고 있다. 오쿠조노 히데키 시즈오카현립대 교수는 “가만히 있으면 일본 정부가 묵인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며 “위안부 합의 자체를 뒤집거나 재교섭에 나서자는 한국 유력 대선 주자들의 요구를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메시지기도 하다”고 분석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 가결 등 혼란스러운 정세를 활용해 자국의 힘을 과시한 뒤 한국 내 정부가 수립될 때 협상에서 우위를 차지하려는 전략이라는 해석도 있다. 이원덕 국민대 국제학부 교수는 “일본이 러시아와 미국과의 외교에서 별다른 수확을 거두지 못하자 한국을 상대로 외교전을 벌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 정부가 일본 언론을 이용해 ‘언론 플레이’를 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아사히신문은 이날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이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과의 전화통화에서 한국에 “위안부 문제를 포함한 한·일 양국관계의 평화적 해결을 요청했다”고 전했지만 황 권한대행 측은 “바이든 부통령과 통화한 적이 없다”며 관련 사실을 부인했다. 황 권한대행 측 관계자는 “바이든 부통령은 지난 6일 취해진 일본의 대응조치를 만류하는 입장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편 일본 외무성은 이날 나가미네 야스마사 주한 일본대사와 모리모토 야스히로 부산총영사를 9일 일시 귀국시킨다고 발표했다.
도쿄=서정환 특파원/박상익 기자 ceose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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