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당선자의 제45대 미국 대통령 취임을 열흘여 앞두고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미국경제학회(AEA) 연차총회는 그 어느 해보다도 논쟁이 치열했다. 단순히 공화당 대 민주당의 진영논리로 갈라보기는 어려웠다. 감세 규제완화 등을 중시하는 공화당 간판으로 당선된 트럼프지만 그에 못지않게 재정투입과 보호무역주의를 내세우는 개입주의 정책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노믹스에 대해서는 진영논리가 드러났다. 차기 미 중앙은행(Fed) 의장 물망에 오르고 있는 존 테일러 스탠퍼드대 교수는 “세제 개혁과 규제완화·재정·통화 개혁 등 4대 개혁을 통해 미국 경제를 되돌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현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인 제이슨 퍼먼은 “연 2.75% 이상의 성장은 재정 정책을 예측 불가능한 방향으로 가져가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재정지출 확대와 보호무역에 대해서는 우려가 많았다. 사회간접자본 확충에 5년간 1조달러를 투자하겠다는 정책과 관련, 마틴 아이첸바움 노스웨스턴대 교수는 “재정확대로 수요가 늘면 수입이 증가해 1980년대처럼 재정과 무역의 대규모 쌍둥이 적자를 초래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렇게 되면 중국과의 통상전쟁이 불가피하다는 설명이었다.
트럼프의 노골적인 경영 간섭에 대해서도 우려가 컸다. 포드를 압박해 멕시코 공장건설을 포기토록 한 것은 히틀러나 하는 짓이라는 비판(에드먼드 펠프스 컬럼비아대 교수)도 있었다. 결국 시장을 왜곡하고 참담한 정부실패를 초래할 것이라는 지적이었다. 미·중 무역전쟁이 현실화되면 가장 큰 피해는 한국이 볼 것이라는 예상(스티븐 데이비스 시카고대 교수)도 있었다. 더구나 지금 한국은 리더십 부재 상태다.
미국경제학회는 미국 경제가 활황국면에 접어든 상황 때문인지 활기가 넘쳤다고 한다. 좌우가 격돌했지만 그 결과는 열띤 정책 논쟁이었다. 그러나 지금 한국에서는 자본주의를 공격하고 시장을 비하하는 정치인들의 발언만 넘칠 뿐이다. 표를 더 얻기 위한 꼼수가 난무하고 경제정책이라야 재벌개혁, 기본소득 등 인기영합적인 것들뿐이다. 정책도 논쟁도 없으니 무슨 희망이 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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