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 30~40% 해외 배분
미국 인프라 투자도 노려볼만
부동산은 가격하락 불가피
정부규제·금리상승 탓
[ 김은정 / 이현일 기자 ] 은행 프라이빗뱅킹(PB) 및 자산관리(WM)담당 임원들은 올해 유망한 투자 대상으로 선진국 주식을 주로 꼽았다. 선진국 가운데서도 미국 주식 전망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의 규제 완화 정책 및 인프라 투자 확대 계획에 힘입어 상대적으로 더 밝을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많이 오른 국내 부동산은 금리 상승 요인 등을 고려할 때 내년까지 관망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 많았다.
한국경제신문이 신한 국민 KEB하나 우리 농협 SC제일 한국씨티 등 7개 은행의 WM 및 PB 담당임원에게 올해 재테크 전략을 물은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 최고의 재테크 전문가들인 은행 PB 및 WM 임원들은 불확실성이 커진 정치·경제적 요인 등을 고려할 때 국내보다는 해외로 눈을 돌릴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전체 투자 자산의 30~40%를 해외 자산으로 배분해볼 만하다고 했다.
가장 유망한 투자 대상으로는 한결같이 해외 주식을 꼽았다. 특히 선진국 가운데서도 양호한 경제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기대되는 미국 주식이 1순위 투자 대상으로 추천됐다.
금융투자 상품 가운데선 특정 주가지수 움직임에 수익률이 연동되는 상장지수펀드(ETF)가 많이 거론됐다. 구체적으로 미국 ETF를 통해 건설·운송 등 인프라업종에 간접 투자할 만하다는 의견이었다. 2명의 임원은 미국의 저(低)신용등급 기업 대출에 간접적으로 투자하는 상품인 뱅크론펀드를 추천했다. 신흥국 투자에 대해선 신중론이 우세했다. 미국의 경기부양책에 따라 자금이 신흥국에서 미국으로 대거 빠져나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투자유망업종으로는 7명의 임원 중 6명이 정보기술(IT)·전자업종을 추천했다. 정보통신기술(ICT) 융합을 기반으로 하는 4차 산업혁명 흐름을 타고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피해야 할 투자처로는 원유 등 원자재가 지목됐다. 대형 시중은행 PB 임원은 “세계 경제 성장 전망 등을 고려할 때 원자재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어나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부동산에 대해서는 당분간 투자를 보류하라는 의견이 절대적이었다. 다른 시중은행의 한 임원은 “금리 상승과 공급 과잉, 정부 규제를 종합적으로 감안해보면 부동산은 전망이 밝지 않다”고 강조했다. 금리 상승 흐름에 따라선 이자 부담을 못 견뎌 주택 매물이 쏟아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부동산 투자를 하려면 내년 이후 신중히 결정하는 게 낫다고 했다.
그래도 부동산 투자를 하겠다면 상가가 그나마 좋을 것이라는 답이 많았다.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 등 은퇴자 수요 증가와 은행 정기예금 금리에 비해 경쟁력 있는 임대 수익률 등을 그 이유로 들었다.
김은정/이현일 기자 kej@hankyung.com
설문에 응해 주신 분들
이창구 신한은행 그룹장, 김영길 국민은행 본부장, 김성엽 KEB하나은행 본부장, 조규송 우리은행 상무, 김홍범 농협은행 본부장, 조명규 한국씨티은행 본부장, 장호준 SC제일은행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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