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 파는 물건은 미국서 만들어라"…외국기업 경영까지 간섭한 트럼프

입력 2017-01-06 19:23
트럼프, 일본 도요타 압박

미국-멕시코 넘나드는 다국적기업에 경고장
자유무역 위배 논란


[ 뉴욕=이심기 / 도쿄=서정환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몇 건의 트위터를 통해 멕시코와 인접한 미국 남부 국경에 거대한 장벽을 쌓아버렸다. 불법 체류자를 막기 위한 물리적 장벽이 아니라 다국적 기업들의 자유로운 왕래를 막기 위한 ‘세금 장벽’이다.

6일 도쿄증시에서 도요타자동차 주가는 개장 직후 3% 이상 급락했다. 전날 트럼프 당선자가 멕시코에 생산 공장을 건설 중인 도요타를 향해 “미국에 지어라. 아니면 막대한 국경세를 내야 한다”고 압박한 결과다. 단 두 문장의 트위터에 일본 최대 자동차업체 주가가 곧바로 충격을 받았다.


도요타는 현재 멕시코 바하에서 픽업트럭 조립라인을 갖추고 있으며, 과나후아토주에 추가로 미국 수출용 코롤라(중형세단) 모델을 생산하는 공장을 지을 계획이다. 과나후아토주 공장은 이미 2015년 4월에 투자가 결정됐다. 10억달러를 투자해 2019년부터 연간 20만대를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워싱턴포스트는 “생산설비 중 일부는 캐나다 공장에서 가져오는 것으로 도요타 미국 공장의 고용과 생산량에는 변화가 없다”고 지적했다.

도요타 측은 이날 낸 성명서에서 “미국에서 지금까지 220억달러를 투자해 10개 공장을 지어 3만6000명의 직원을 두고 있다”며 “도요타는 60년 가까이 미국의 일부였다”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 5일 도요다 아키오 도요타 사장은 도쿄에서 “공장 건설을 한번 결정한 이상 고용과 지역에 대한 책임이 있다”며 예정대로 과나후아토 공장을 건설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당선자가 도요타를 겨냥한 것은 멕시코를 넘나들며 미국 시장을 휘젓는 다국적 기업들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신호를 주기 위한 의도라고 분석했다. 기업의 국적을 가리지 않고 미국에서 파는 물건은 미국에서 만들어야 한다는 확고한 원칙을 천명했다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트럼프 당선자가 도요타를 겨냥했지만 실제로는 멕시코 자체를 타깃으로 삼았다는 분석도 있다. 2015년 미국에서 팔린 자동차의 60%는 멕시코에서 생산됐다. 340만대 생산물량 중 82%인 270만대가 미국과 캐나다로 유입됐다. 이 중 절반 이상이 미국의 ‘빅3’가 생산한 물량이다. 도요타도 2015년 멕시코에서 생산한 10만4000대 중 93%를 미국에서 팔았다. 미국 시장을 겨냥해 글로벌 업체가 몰려들면서 멕시코의 연간 자동차 생 산 규모는 2015년 340만대에서 2020년 500만대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전문가의 말을 인용, “미국 자동차산업은 한국과 일본, 유럽과의 치열한 경쟁을 감안할 때 멕시코와의 (생산망) 통합 없이는 생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역으로 해석하면 미국 기업의 멕시코 이전만 묶어 놓은 채 다른 국가의 기업을 압박하지 않으면 경쟁력에서 미국 기업이 버티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트럼프 당선자가 자유무역원칙에 위배되는 ‘국경세’를 언급하며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자체를 무력화시키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로 풀이된다. 세르지오 마르치오네 피아트 크라이슬러 최고경영자(CEO)는 파이낸셜타임스에 “트럼프 당선이 글로벌 자동차업계의 ‘게임 체인저’가 됐다”고 말했다.

뉴욕=이심기 /도쿄=서정환 특파원 s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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