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병화 기자 ] 부동산시장에는 재야 고수들이 있다. 아기곰(본명 문관식) 빠숑(본명 김학렬) 조던(본명 김장섭) 등 필명으로 유명한 부동산 전문가들이다. 필명을 쓰면 조금 더 냉정한 잣대로 부동산시장을 진단할 수 있다고 한다. 다양한 변수가 존재하는 올해 부동산시장에 대해 재야 고수들의 전망을 들어봤다.
“지역별 차별화 심하게 나타날 것”
아기곰은 5만8000여 명의 회원을 둔 부동산 재테크 모임 ‘아기곰 동호회’ 운영자다. 2003년 노무현 정부 출범 초기 ‘새 정부 하에서의 부동산 정책 방향과 그 대응 전략’이라는 글을 한 부동산 포털에 올리며 유명세를 탔다. 당시만 해도 아기곰은 정보기술(IT) 분야 제조회사에 근무 중이었다. 직장과 관련 없는 부동산 분야에서 전문가로 활동하는 것에 대해 괜한 오해를 사고 싶지 않아 필명을 썼다.
그는 “지난해에는 악재 우려 때문에 어려웠다면 올해는 우려가 현실로 나타날 것”이라며 “상반기는 어려운 시장이 되겠고 하반기는 지역에 따라 차별화가 나타나며 하락하는 지역과 상승하는 지역이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지역별 각자도생의 길로 접어들 것이라는 예측이다.
차별화를 가져올 요소로는 ‘공급’을 꼽았다. 올 4분기부터 공급이 많은 지역은 집값이 하락하고 공급이 상대적으로 적은 지역은 꾸준히 상승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아기곰은 “낮은 가격의 매물이 속출할 때 오히려 저가 매수로 수익을 높일 수 있다”며 “지역에 따라 차별화가 심한 만큼 공급이 많은 지역이나 그 주변, 입지가 떨어지는 지역은 피하는 것이 상책”이라고 말했다.
“대출규제 탓 … 묻지마 ‘갭 투자’ 금물”
빠숑은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한국갤럽 부동산조사본부 팀장이다. 12개의 부동산·재테크 관련 인터넷 카페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며 ‘빠숑의 세상 답사기’ 블로그도 운영 중이다. 《부자들만 알고 있는 수도권 알짜 부동산 답사기》《다시 쓰는 택리지 부자의 지도》등 다수의 책도 집필했다. 그는 전국을 발로 뛰는 현장 전문가로도 유명하다.
그는 “2013년부터 2015년까지는 전국 모든 부동산이 상승장이었지만 2016년부터 지역별로 차이를 보이기 시작했다”며 “올해 이런 차이가 더 심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5년 동안 크게 상승한 지방 시장은 지역에 따라 조정장이 펼쳐지고 공급 대비 수요량이 더 많은 수도권, 특히 서울은 조금 더 긍정적인 시장이 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그는 올해 부동산시장의 가장 큰 악재로 ‘대출 규제’를 꼽았다. “투자 수요가 빠진 지역은 입주 물량이 몰리면 역전세 및 시세 하락까지 연결될 가능성이 있다”며 “지역 수요량과 입주 공급량, 기존 아파트와의 시세 비교가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빠숑은 “특히 서울을 중심으로 도심 재건축과 재개발 지역 중 관심 지역은 반드시 눈여겨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대기업·대학 몰린 2호선 역세권 공략”
조던은 부동산 전업 투자자다. 그는 2004년 경매로 부동산 투자의 첫발을 내디뎠다. 경매 대중화로 시장이 포화되자 2006년 재개발 투자로 전향했다. 미국의 3대 재즈피아니스트 ‘듀크 조던’을 필명으로 쓰다가 지금은 듀크를 빼고 조던으로 활동 중이다.
그는 “장기적으로 보면 국내 부동산시장은 정점을 찍고 내려오는 중”이라고 진단했다. 외국인이 국내 주식을 손절매하고 채권을 급히 팔아치우는 모양새를 보이면 ‘위기의 징후’라고 강조했다. 주목해야 할 외국인 동향으로는 채권·주식 매도 여부, 환율 상승 여부, 외화보유액 감소 여부 등을 꼽았다.
조던은 “100대 대기업 중 64개가 2호선 인근에 있고 그중에서도 광화문을 비롯한 시청역 인근과 강남역 인근에 대부분 본사가 있다”며 “주택 공급 과잉 현상이 가시화되면 직장과 가까운 곳을 위주로 이동이 많아질 전망인데, 지하철 2호선이 시청역과 강남역을 모두 지난다”고 덧붙였다.
서울대 연세대 이화여대 서강대 한양대 홍익대 등 다수의 대학이 인근에 자리잡고 있어 대학생들의 주택 수요도 풍부하다고 설명했다.
김병화 한경비즈니스 기자 kb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