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은지 기자 ]
철강과 화학업체들의 지난해 4분기 실적에 시장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원자재 가격이 지난해 고공행진을 거듭하면서 일찍이 청신호가 켜졌기 때문이다. 미국과 중국의 대규모 사회간접자본(인프라) 투자로 올해도 기대감이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다.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런던금속거래소(LME)의 구리 가격은 2016년 3분기 t당 평균 4775달러에서 4분기 5274달러로 10% 상승했다. 같은 기간 아연 가격도 10% 올랐다. 지난해에만 구리가 18%, 아연이 60% 급등했으며 니켈과 알루미늄의 가격도 각각 14%와 12% 올랐다.
홍성기 삼성선물 연구원은 "지난해 주요국의 제조업 경기가 회복세를 보였고, 하반기 들어서는 트럼프 정부의 인프라 투자 확대 기대감으로 투기 수요가 급증했다"고 설명했다. 산업용 금속 생산량도 떨어져 공급 과잉이 해소됐다는 평가다.
2016년 하반기로 갈수록 원자재 가격의 상승폭이 커지면서, 이와 관련된 철강·화학업체의 실적 기대감도 높아졌다.
박현욱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아연 가격의 상승에 고려아연의 4분기 호실적을 예상했다. 그는 "고려아연의 4분기 별도 기준 매출은 1조4294억원, 영업이익 202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6%와 61% 늘어날 것"이라며 "4분기 아연가격이 전 분기 대비 10% 상승했고, 평균환율도 3% 올라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풍산 역시 구리 가격 상승으로 시장 기대치를 웃돈 4분기 실적이 기대된다. 박 연구원은 "지난해 3분기는 메탈로스(metal loss·원재료보다 판매가격이 낮아 발생되는 손실)가 났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4분기는 구리 가격 상승으로 메탈 게인(metal gain·원재료보다 제품 판매가격이 높아 발생하는 이익)이 80억원 가량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를 반영해 풍산의 4분기 별도 영업이익은 551억원을 기록, 시장 추정치인 480억원을 15% 웃돌 것으로 전망했다.
알루미늄 값이 올라가면서 한화케미칼도 함께 미소 짓고 있다. 알루미늄 가격 상승으로 알루미늄 제련에 사용되는 가성소다의 가격도 함께 올랐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기준 국제 가성소다 가격은 t당 448달러로 2013년 이후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가성소다는 한화케미칼의 주력 제품이다.
이응주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통상 4분기는 비수기 영향과 일회성 비용 등이 작용해 영업이익이 대폭 감익되는 경향이 있으나, 지난해 4분기는 이와 다르다"며 "화학 부문의 주력 제품 가격이 강세를 보이면서 4분기 영업이익은 1760억원으로, 3분기 대비 14% 감소에 그칠 것"이라고 추정했다.
2017년 실적 기대감도 높다. 미국과 중국이 대규모 인프라 건설에 나선다고 밝힘에 따라 원자재 가격의 강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트럼프 정부는 1조달러의 인프라 투자 계획을 제시한 바 있으며, 최근 중국은 2020년까지 485조원을 투입해 고속철도를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홍성기 연구원은 "트럼프 당선으로 원자재에 투기적 매수세가 급격히 유입되는 등 시장 참여자들의 심리가 급변했다"며 "트럼프 당선인 공약에 따라 구리 수요는 연간 13만t 가량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미국과 중국의 인프라 투자 기대감을 업고 구리, 아연, 알루미늄 등 원자재 가격은 올해도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은지 한경닷컴 기자 eunin1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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