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MC 회의록 살펴보니
재정 확대땐 물가상승 자극…금리인상 예상보다 속도낼 수도
트럼프 부양책 규모 불확실해…위원들 "점진적 인상이 적절"
[ 이상은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차기 대통령이 취임하면 금리인상 속도가 더 빨라질 수 있다고 미국 중앙은행(Fed) 통화정책 위원들이 예상했다. 그러나 동시에 트럼프 정부의 감세 및 인프라 투자 공약이 어느 정도로 실현될지 알 수 없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Fed가 4일(현지시간) 공개한 지난해 12월13~14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에 따르면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위원들은 트럼프 정부의 경제 정책이 불확실하다는 점에 의견이 일치했다.
금리가 더 가파르게 올라야 할 가능성이 거론됐지만 상당수 위원이 “점진적인 속도가 적절하다”는 데 동의했다.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시절 폴 볼커 Fed 의장이 금리를 급격히 끌어올린 것과는 대조적이다.
◆“트럼프 정책, 경제·물가 자극”
회의록에 따르면 Fed 조사부는 트럼프의 감세 및 재정정책이 경기를 견인할 것을 반영해 국내총생산(GDP) 증가율과 물가상승률 등 경제 전망치를 조금씩 상향 조정해 FOMC 위원들에게 보고했다. FOMC 위원 가운데 일부도 같은 이유로 전망치를 상향 수정했다.
경기가 예상보다 빠르게 과열되는 상방 리스크가 종전에 판단한 것보다 커졌다는 데 거의 모든 위원의 생각이 일치했다. 트럼프의 확장적 재정정책이 경기를 부양하고 물가를 상승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데 상당수 FOMC 위원이 동의했다. 이들은 해외 경기가 예상보다 좋을 수 있으며 미국 기업의 국내 투자가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을 또 다른 상방 리스크의 근거로 제시했다.
많은 FOMC 위원은 “장기적인 정상 실업률 수준이 (이론적 수준 아래로) 크게 떨어질 가능성이 높아져 이를 제어하려면 지금 기대하는 수준보다 기준금리를 더 빨리 올리고 물가상승 압력을 (적정 수준으로)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주요 외신에서 금리인상 속도가 더 빨라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낙관론 경계…달러는 약세로
그러나 무작정 금리를 올리자는 뉘앙스는 아니었다. 신중하게 기다리며 대응하자는 쪽에 가까웠다. FOMC 위원들은 “재정(정책)을 포함해 장래에 이뤄질 정책 시행이 총수요와 총공급에 어떻게 영향을 줄지는 물론 (그런 정책의 시행) 시점 및 규모, 구성 측면에 상당한 불확실성이 있다”고 했다.
일부 위원은 오히려 트럼프노믹스 기대감으로 주식시장이 랠리를 펼치는 등 시장이 긍정적으로 반응한 것을 두고 “(트럼프 정책이 지니는) 함의를 평가할 때 조심스러워야 한다”며 낙관론을 경계했다.
미국 달러 강세와 일부 해외 국가의 금융상태가 취약한 점, 미국 기준금리가 거의 제로 수준에 머물러 경기에 대응하기 쉽지 않은 점 등은 경기가 과열로 가는 것을 막는 하방 리스크 요인으로 꼽혔다. 상당수 위원은 연 2% 물가상승 목표치가 아직 달성되지 않았음을 지적하며 점진적인(moderate) 상승이 적절하다는 의견을 냈다. 다만 몇몇 위원은 완만한 상승이라는 표현을 시장에서 연 1~2회 금리인상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며 Fed의 소통 방식을 문제 삼았다.
예상보다 매파적이지 않았던, 신중한 어조의 회의록이 공개되면서 한동안 지속된 달러 강세는 멈췄다. 유로화·엔화·위안화 등 대부분 통화가 달러보다 강세를 보였다. 지난달 23일 이후 1200원대에 머무르던 달러당 원화가치는 1180원대로 올라갔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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