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변론 '첫 격돌'] 대통령 측 "특검 중립성 문제 있다" vs 국회 측 "박 대통령 파면 마땅하다"

입력 2017-01-05 17:57
탄핵심판 2차 변론

국회 측 "국가원수 업무 망각…헌법 중대 위반"
대통령 측 "최순실 국정개입·뇌물 사실 아니다"
증인 4명 중 3명 불출석…심리 장기화 예고


[ 고윤상/성수영 기자 ]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의 본격적인 재판인 2차 변론이 열린 5일 헌법재판소의 대심판정은 총칼만 없었지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청구인인 국회 측과 피청구인인 박 대통령 측은 한 치의 물러섬도 없이 공방을 이어갔다.

◆“최씨 의견은 참고일 뿐”

국회 측은 모두 발언에서 소추 제기 사유를 조목조목 나열했다. 권성동 국회 소추위원단장은 “박 대통령은 국가원수이자 행정수반으로서의 업무를 망각하고 직무집행에서 헌법과 법률을 중대하게 위배했다”고 파면 결정을 촉구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 측은 탄핵 소추 사유를 전면 부인했다. 이중환 변호인은 비선조직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에 대해 “대통령은 국정을 운영하면서 각계각층의 의견을 들어 정책을 집행했고 40년 지인인 최순실 씨의 의견은 조금 참고한 정도”라고 일축했다. 김종덕 씨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으로, 차은택 씨를 창조경제추진단장 등으로 임명해 권한을 남용한 의혹은 “임명권자의 재량 범위 내에서 권한을 행사했다”는 취지로 반박했다. 세월호 사고 수습과정에서 생명권 보호 의무를 위반한 의혹은 “현장의 미숙한 조치를 모두 대통령의 의무위반으로 주장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최태원 SK 회장 사면, 롯데면세점 선정 민원 및 검찰수사를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과 연결한 소추 사유에 대해선 “검찰도 최종적으로 뇌물죄를 적용하지 못했다”고 받아쳤다.

◆특검 정치중립성에 시비

박 대통령 측은 검찰과 박영수 특별검사의 정치적 중립성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서석구 변호사는 “박 대통령을 수사한 검찰 특별수사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이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 사정비서관이었다”며 “이는 정치적 중립성을 의심받을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박 특검에 대해서도 “헌정 사상 초유로 야당만이 특검 후보 추천권을 갖게 됐으며 이는 정치중립을 규정한 검찰청법 등을 중대하게 위반한 것”이라며 “이런 특검의 수사기록을 증거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또 “촛불집회에서는 김일성 찬양 노래를 작곡한 사람이 만든 ‘이게 나라냐’라는 노래가 울려 퍼지고 이석기를 석방하라는 조형물이 거리를 행진하고 있다”며 “촛불집회가 국민의 민심이라고 적은 소추 사유는 잘못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같은 주장에 국회 측은 “소추 사유와 관계없는 이야기를 계속하고 있다”며 강력하게 불만을 제기했고, 박한철 헌재소장은 “양측은 변론과정에서 다섯 가지 쟁점을 중심으로 주장을 입증해주기 바란다”며 상황을 정리했다.

여론전에 대한 신경전도 이어졌다. 박 대통령 측은 “검찰 수사기록이 일부 언론에 흘러가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하자 국회 측은 “마치 소추위원단에서 수사기록을 유출했다는 것처럼 들린다”며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윤전추 행정관만 출석

이날 오후 2시부터 열린 증인 심문에 이재만·안봉근 전 청와대 비서관과 이영선 청와대 행정관은 나오지 않았다. 유일하게 출석한 윤전추 행정관은 세월호 사고 당일 대통령 일정에 대해 비교적 자세히 언급했다. 그는 오전에 박 대통령과 관저에서 함께 개인적 업무 등을 봤으며, 안 전 비서관이 대통령을 독대했다고 증언했다. 또 “당일 청와대를 출입한 외부인은 미용사와 메이크업 전문가뿐이었다”며 “일부러 헝클어진 머리를 연출했다는 언론 보도는 오보”라고 답했다. 최씨가 박 대통령을 대하는 태도에 예의가 없었다는 일부 보도에 대해선 “정말 반대다. 공손했다”고 주장했다. 3차 변론은 오는 10일 열린다.

고윤상/성수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