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드 경제보복…반미·자주가 어쩌다 친중·사대로 되었나

입력 2017-01-05 17:40
왕이 외교부장 등 중국 외교부 관계자들이 베이징을 방문한 송영길 의원 등 더불어민주당 의원 7명을 만난 자리에서 사드 배치를 늦추면 한국에 대한 경제보복 조치를 중단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발언을 했다. 야당 의원들이 북핵 문제에는 침묵한 채 무슨 애걸이라도 하듯 경제제재 조치를 풀어달라고 하자 돌아온 답변이다. 중국이 사드를 이유로 한국에 경제보복을 하고 있음을 시인한 것이다. 정상적 국가 관계라면 있을 수 없다. 중국의 부당한 경제보복을 엄중히 따져도 시원찮을 판에 야당 의원들은 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런 ‘사대 구걸 외교’에 나선 것인지 모르겠다.

중국 정부는 그동안 사드를 문제삼아 교묘하게 압박을 가해왔다. 롯데 세무조사, 전기차 배터리 인증 지연, 한국산 제품 수입규제, 한류 제한, 한국행 전세기 제한 등 종류도 다양하다. 그동안 김장수 주중 한국대사 등 정부 인사들이 면담을 요청해도 모르쇠로 일관하던 중국이 한국에서 온 야당 의원들을 직접 만난 것 자체가 그 의도를 의심케 하기에 충분하다. 그동안 중국 정부가 사드의 한반도 배치를 문제삼을 때마다 내세운 논리 중 하나가 “한국에도 적지 않은 반대 여론이 있다”는 것이었다. 중국 정부가 야당 의원들의 방중을 여론전에 이용하기에 더없이 좋은 소재로 삼을 것이라는 점은 설명이 필요 없다. 중국은 한국의 탄핵정국을 호기로 보고 야당을 통해 반대 여론을 부추기고 사드 배치 철회를 이끌어내려는 의도임이 명백하다.

중국에 놀아나는 의원들은 더 문제다. 가뜩이나 미묘하고 중차대한 시기에 중국 외교부 관계자를 만나는 게 스스로 국격을 떨어뜨리는 것은 물론 국론 분열을 획책하려는 중국의 전술에 말려드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생각은 왜 못 하나. 안보 문제에 관해 두 개의 목소리가 나온다는 것 자체가 적전 분열이나 다름없다. 그것도 정부와 국회, 여야가 따로 논다는 게 말이 되나. 미국 앞에서는 반미·자주를 부르짖던 의원들이 어떻게 중국 앞에선 친중·사대로 돌변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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