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실패할수록 실패할 이유가 사라진다

입력 2017-01-05 17:32
알면서도 알지 못하는 것들

김승호 지음 / 스노우폭스북스 / 384쪽 / 1만5800원


[ 고재연 기자 ] 2015년 10월, 도시락 카페 스노우폭스 매장에는 ‘공정서비스 권리 안내’라는 안내문이 붙었다. 거기엔 “우리 직원에게 무례한 행동을 하시면 고객을 내보내겠습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손님은 왕이다’라는 기존의 서비스 정신에 반기를 든 것이었다.

‘김밥 파는 CEO’로 알려진 김승호 스노우폭스 대표의 경영 철학을 엿볼 수 있는 사례다. 1987년 미국 이민 후 일곱 번의 사업 실패 끝에 세계 1위 도시락 회사의 최고경영자(CEO)가 된 인물이다. 2005년 스노우폭스를 설립해 10년 만에 직원 수 4500명, 연매출 3000억원대에 이르는 회사로 키워냈다.

《알면서도 알지 못하는 것들》에서 김 대표는 가난한 이민자에서 미국 사회의 ‘슈퍼 리치’가 되기까지의 남다른 성공 철학을 풀어낸다. 23세 때인 1987년 미국에 간 그는 20년간 이불 가게, 지역 신문사, 컴퓨터 조립회사 등 여러 사업에 도전했지만 보기 좋게 실패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많이 실패했다는 것은 실패의 이유를 더 많이 알고 있다는 의미기도 하기 때문이다.

여덟 번째 사업은 슈퍼마켓 식품관 한 코너에서 김밥을 만들어 파는 것이었다. 미국 지도를 펼쳐놓고 주요 도시 300곳에 점을 찍었다. 이메일 비밀번호도 ‘300개매장에주간매출백만불’로 바꿨다. 구체적인 목표를 세우자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방법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6년 만에 목표를 이뤘다.

광고나 자본, 홍보에 의존하는 대신 ‘자생력’을 키우는 데 집중했다. 서울에 첫 스노우폭스 매장을 열 때도 마찬가지였다. 전단지 대신 ‘기본’에 충실했다. 문 닫기 직전까지 완벽한 진열을 유지했고, 업무가 끝나면 하루 매출보다 많은 상품을 그 자리에서 폐기했다. 그 결과 2개월 만에 매출 목표를 달성할 수 있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