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되찾겠다는 트럼프, 이번엔 GM 정조준

입력 2017-01-04 20:15
수정 2017-01-05 05:23
연일 기업들에'미국 잔류'압박

"GM, 해외생산 자동차에 고율 과세"
캐리어·보잉·록히드마틴 등
트럼프 으름장에 줄줄이 '백기'

"기업에 지나친 간섭" 지적도


[ 뉴욕=이심기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기업 때리기’가 재개됐다. 이번에는 미 최대 자동차업체 제너럴모터스(GM)를 겨냥했다. 일자리 유출과 왜곡된 가격 구조를 막기 위한 조치라는 평가와 기업활동에 대한 지나친 간섭이라는 비판이 엇갈리고 있다.


◆항공, 기계에 이어 자동차 정조준

트럼프 당선자는 3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GM은 미국에서 차를 생산하거나 세금을 내야 한다”고 압박했다. GM이 지난해 6월부터 소형 승용차 ‘크루즈’를 멕시코 공장에서 만들어 무관세로 미국에 가져와 팔고 있다고 꼬집은 것이다.

트럼프의 트위터에 대한 반응은 의외로 포드에서 먼저 왔다. 16억달러를 투자하기로 결정한 멕시코 소형차 공장 계획을 백지화한 것이다. 지난해 11월 트럼프 당선자는 포드의 윌리엄 포드 주니어 회장과 통화한 내용이라며 “포드가 켄터키공장을 멕시코로 옮기지 않고 두기로 했다”고 공개했다. 마크 필즈 포드 최고경영자(CEO)는 그러나 지난달엔 일부 소형차 생산시설의 멕시코 이전을 강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날 포드의 발표는 이를 전면 철회한 것이다.

필즈 CEO는 멕시코공장 투자 철회가 트럼프 당선자 요구 때문이 아니라 소형차 수요 감소가 원인이라며 진화에 나섰지만 전문가들은 멕시코산 자동차에 관세 부과 시 공장 이전의 이점이 사라졌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공화당이 과반수를 차지하는 미 하원은 외국산 제품에 대한 ‘국경세’를 제안했으며, 트럼프 당선자는 해외로 생산공장을 옮긴 회사 제품이 미국으로 수입되면 35%의 관세를 부과한다는 방침이다.

트럼프 당선자의 기업 때리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지난달 초 보잉사가 제작 중인 747기종의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 원과 록히드 마틴이 맡고 있는 차세대 스텔스전투기 F-35에 대해 “비용이 통제불능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두 회사 CEO는 지난달 트럼프 당선자와 면담한 뒤 가격 인하 방침을 내놨다.

트럼프 당선자는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에 대해서도 세금을 공정하게 내지 않는다고 비난했고, 에어컨 제조업체 캐리어에는 세금 감면을 조건으로 멕시코공장 이전을 저지했다.

◆보호무역 강화… 미 경제 득실 논란

트럼프 당선자의 ‘각개격파식’ 기업 압박에 대해 전문가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포드의 이날 발표는 미국 기업이 차기 대통령으로부터 받는 압력을 나타내는 증거라고 지적했다.

신문은 또 “미국의 주요 제조업체가 공장 이전과 세금 등 다양한 기업 전략에 대한 비상계획을 다시 짜고 있다”고 전했다. 지금까지 무관세와 낮은 생산비용의 이점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짜놓은 글로벌 생산망이 트럼프 정부의 보호무역주의 정책으로 흐트러질 수 있다는 우려에 따른 것이다.

반면 미국이 멕시코와 중국으로 인해 지속적인 일자리 유출에 직면한 것은 사실이라며 이를 재조정하기 위한 불가피한 과정이라는 반론도 있다. 이날 트럼프의 비판도 GM이 크루즈를 생산하던 미국 오하이오주 공장에서 1200명을 해고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이후 나왔다.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는 멕시코로부터 수입이 늘면서 매년 20만3000개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있지만 교역을 통해 19만8000개의 일자리가 창출되며 미국의 일자리 순손실은 1만5000개라고 추정했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