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금리인상 이후 압박 거세져
독일 물가 올라 ECB도 진퇴양난
중국·일본도 긴축으로 전환 가능성
[ 김동욱 / 베이징=김동윤 기자 ]
지난해 12월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상 이후 글로벌 주요국 중앙은행에 금리 인상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유럽에서는 12월 독일 물가상승률이 전월 대비 두 배가 넘은 것으로 나타나면서 유럽중앙은행(ECB)도 조속히 금리 인상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라구람 라잔 전 인도중앙은행 총재는 “미국에 이어 다른 나라 중앙은행들도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운을 띄우는 등 ‘도미노 금리 인상’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3일(현지시간) 독일 일간 디벨트 등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독일 평균 물가상승률은 1.7%로 전월(0.8%) 대비 두 배 이상 급등했다. 2013년 7월 이후 최고치로 글로벌 유가 상승과 겨울철 수요 증대가 겹친 에너지 부문 가격 오름세(2.5%)가 물가 상승을 주도했다.
올해 독일 평균 물가상승률이 1.6%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는 등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는 분석이 많다. 독일은 2015년(0.3%)과 2016년(0.5%) 0%대 물가상승률을 기록하는 등 인플레이션과 거리가 멀었지만 갑작스럽게 물가가 뛰면서 이자소득자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최대 경제대국인 독일 물가가 불안해지면서 ECB가 기준금리를 인상하고 ‘물가잡기’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카르스텐 린네만 독일기독민주당 경제정책담당의장은 “인플레이션이 프랑스 등 유로존 전역으로 확산되는 분위기”라며 “ECB는 디플레이션을 전제로 마련한 0%대 저금리정책을 포기하고 단계적으로 금리를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클레멘스 퓌스트 Ifo경제연구소 소장도 “물가 급등은 ECB가 확장적 통화정책을 버려야 한다는 신호”라며 “연말까지 예정된 ECB의 국채 매입 프로그램도 3월에 조기 종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본과 중국에서도 금리 인상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는 4일 일본은행협회 신년회에서 “세계 경제가 금융위기 이후 정체에서 벗어나 새 국면에 접어들었다”며 “올해는 디플레이션 탈피를 위한 큰 걸음을 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은행이 그간 ‘양적완화를 확실히 추진 중’이라는 입장만 밝혔던 것에 비하면 큰 변화”라고 평했다. 중국 인민은행도 작년 말 내놓은 금융정책회의 발표문에서 ‘사회 자금 조달 비용을 낮춘다’는 문구를 삭제해 긴축적인 통화정책을 펼 것임을 시사했다.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하듯 라잔 전 총재는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 금리인상 이후 각국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는 식으로 물가상승률 관리로 돌아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김동욱 기자/베이징=김동윤 특파원 kimdw@hankyung.com
ⓒ 한국경제 & hankyung.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