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가 실물 측면에서도 한층 탄력을 받는 모습이다. 몇 년 만에 투자를 늘리는 미국 기업이 속출하고 있다는 월스트리트저널 보도가 그렇다. 경기에 대한 기대가 커진 데다 곧 들어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규제를 풀고 법인세를 낮추며 인프라 투자를 확대할 것이라는 전망에 힘입었다는 분석이다. 그동안 미국 기업이 저금리에도 투자를 늘리지 않았던 때와 비교하면 확연히 달라진 풍경이다.
최근 수년간 미국 기업은 보유 현금을 공장투자보다 자사주 매입, 퇴직연금 충당 등에 사용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러셀3000지수에 속한 미국 기업이 2015년 자사주 매입에만 7000억달러를 지출했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하지만 비디오 게임업체 게임스톱은 지난해 매장 확대 등에 1억6000만달러를 지출하는 등 투자는 늘리고 자사주 매입은 확 줄였다고 한다. 미국 내 철강 수요 감소로 그동안 투자를 미뤄온 클로크너도 투자를 늘릴 계획이고, 허스키 에너지, 킨더모건 또한 자본지출을 크게 늘려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중앙은행이 지난해 12월 기준금리를 인상한 데 이어 올해도 빠른 속도로 인상할 것이라는 신호를 주고 있음에도 상황은 오히려 반대로 돌아가고 있다. 이를 두고 캐피털이코노믹스의 한 이코노미스트는 “비즈니스는 단순히 저금리에 따라 움직이는 게 아니다”는 해석까지 내놨다. 규제완화, 법인세 인하 기대가 금리 인상 우려를 압도하고 있다는 얘기다. 최근 포드가 멕시코에 건설하기로 한 소형차 생산공장 설립을 취소하고 대신 미시간주에 7억달러를 들여 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한 것도 그렇다. 트럼프 당선자의 압박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지만 기업이 손해를 감수하고 투자계획을 바꿨다고 보기는 어렵다.
세계는 기업의 투자 확대, 해외로 나간 기업의 유턴을 위해 감세, 규제완화 등 할 수 있는 건 다 하겠다는 식이다. 중국마저 감세 경쟁에 합류했을 정도다. 한국은 증세 논란, 강한 규제, 고임금, 강성 노조, 반기업 정서 등 반대로 가고 있다. 이러다간 기업의 엑소더스가 일어나지 말란 법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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