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도와 권리분석
한때 경매의 꽃은 권리분석이라는 것이 정설이었으나 이제는 어느덧 그 영광스러운 왕좌를 명도에 물려준 것 같다. 이제 모두들 경매에서 성공하기 위한 핵심은 명도라고 말한다. 그러나 물건을 검색하는 첫 단계부터 매각을 통해 수익을 내는 마지막 단계까지 경매의 전 과정을 숙고하는 마음으로 반추해 보지만 경매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명도를 잘해야만 한다는 논리에는 찬동할 수 없다.
과거 경매 브로커들이 득세하던 때는 명도 과정이 지극히 험난하고 때로는 신변의 위협(?)까지도 감수해야 했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민사집행에 관한 제 법령들이 정비되고 경매 법정이나 경매 진행과정 중에 경매 브로커들이 설 자리가 없어진 지금 명도는 낙찰과 매각이라는 경매의 양대 핵심 사이에 놓여 있는, 당연히 건너야 할 징검다리 같은 과정일 뿐이라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명도는 진행 과정 자체가 정형화돼 있어 처음에는 부담스럽게 느껴져도 누구든 한두 번만 경험해 보면 그 툴(tool)을 쉽사리 체득할 수 있다. 시중에 나와 있는 경매 서적 중 다수가 명도의 어려움에 초점을 맞춰 이야기를 풀어나가지만 경매의 기초이자 경매의 핵심은 명도가 아니라 권리분석임을 한시라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지금 이 순간 지나치게 부풀려진 명도에 대한 부담 때문에 경매의 기초인 권리분석 공부조차 주저하는 사람이 있다면 명도에 대한 부담은 훌훌 벗어던지고 지금 책상에 앉아 권리분석에 관한 입문서를 펼쳐 드는 게 바람직하다. 자신의 소극적인 성격상 명도가 어렵다고 느끼는 사람들은 명도를 잘하는 사람 혹은 전문 대행업체에 대행을 의뢰하면 된다. 때로는 비용이 좀 들어도 그런 방법이 더욱 효율적일 때가 있다.(참고로 필자가 대표로 있는 법무법인 열린에서도 저렴한 수수료로 명도대행을 해주고 있다.)
그러나 권리분석은 그럴 수가 없다. 명도는 대행이 가능하고 대체가 가능하지만 권리분석은 자신이 책임져야 하는 대체 불가의 작업이기 때문이다. 물론 권리분석에 대한 지식이 부족해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전문가에게 전적으로 의존할 수 없는 것이 권리분석이다. 자신이 최소한 전문가의 견해를 납득할 수 있을 만큼의 지식과 이해력이 있어야 하고 결국 최종 판단은 자신이 내려야 하는 과정이 권리분석이기 때문이다. 경매계에서 빈발하는 경매 사고의 대부분은 자칫 경매 고수라는 사람들에게 무분별하게 코치를 받고 검증 없이 진행하다가 일어난다.
명도의 기술에는 끝이 있고 정형화된 해법이 있지만 권리분석은 그렇지 않다. 나날이 보편화돼 가는 경매 지식, 그로 인해 끊임없이 진화하는 경매의 해법들, 하루가 다르게 고차원적으로 변모해 가는 허위 권리들의 기승은 결코 권리분석 공부에 끝이 없음을 반증해 주고 있다. 특히나 지금 같은 과열된 경쟁 분위기 속에서 경매에서 성공하기 위한 핵심, 즉 경매의 꽃은 여전히 ‘권리분석’이다. 이런 추세는 당분간 아니 오래도록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 필자의 결론이다.
경매에서 성공하기 위한 비결은 생동하는 부동산 지식을 끊임없이 섭렵,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고도로 진화하는 허위권리에 대한 해법을 꾸준히 공부해 체화시키는 방법 외에 왕도는 없다고 생각한다. 권리분석상 하자 있는 물건에 대한 해법을 꾸준히 배우고 익혀 그야말로 진흙 구덩이에서 찬란한 보석을 캐내는 것이 경매에서 고수익을 얻을 수 있는 첩경이다.
정충진 < 법무법인 열린 대표변호사 >
ⓒ 한국경제 & hankyung.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