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비박 갈등 이어 친박 내 핵심친박과 범친박 주도권 싸움
핵심 친박 탈당시킨 뒤 보수신당과 다시 합쳐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영입 시나리오?
‘핵박’ 탈당 땐 TK 민심 돌아서 반 전 총장에 마이너스 될 수도
새누리당 내홍이 끝이 없다. 친박(친박근혜)계와 비박(비박근혜)계 간 충돌 끝에 비박이 탈당해 개혁보수신당(가칭)을 차린지 얼마 안돼 이번엔 친박 내 갈등이 점입가경이다.
친박 내 이른바 ‘핵박(핵심 친박)’과 ‘범박(범친박)’간 대결에서 그 배경을 두고 여러 뒷 얘기들이 나온다.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의 ‘핵박’ 탈당 요구에 정우택 원내대표 등 ‘범박’과 초선들이 가세한 형국이다. ‘핵박’은 탈당한 이정현 전 새누리당 대표와 서청원·최경환 의원 등을 말한다.
새누리당 내에선 인 위원장과 정 원내대표 등이 보조를 맞춰 ‘핵박’들에게 탈당을 요구하는 의도에 주목하고 있다. 귀국을 앞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과 관련한 해석들이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의 한 의원은 “당 내에서 반 전 총장을 적극 영입하려는 세력이 충청권과 TK(대구·경북) 지역 의원들이었는데, 이제 분화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순실 사태 이후 충청권 의원들이 TK와 거리를 두고 있다는 것이다.
반 전 총장이 최순실 파문으로 지지율이 크게 떨어진 새누리당으로 오기는 현실적으로 힘든 상황이다. 때문에 충청권 의원들을 중심으로 반 총장을 영입하기 위해 핵심 친박 세력들을 몰아내고 당을 장악하려는 시도를 시작했다는 게 ‘핵박’들의 시각이다. 공교롭게도 인 위원장은 충남 당진 출신이고, 정 원내대표는 부친(정운갑 전 의원)의 고향인 충북 진천에서 정치생활을 시작했다.
‘핵박’들은 새누리당에서 친박 색채를 옅게 한 뒤 탈당한 보수신당과 다시 합쳐 반 전 총장을 영입, 당 대선주자로 세우자는 게 인 위원장과 정 원내대표의 구상으로 보고 있다.
최근 당내 ‘친반기문’성향의 충청권 의원들의 발걸음이 빨라진 것과도 맥을 같이 한다는게 ‘핵박’들의 판단이다. 정진석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최근 미국을 방문해 반 전 총장을 면담했다. 경대수·박덕흠·이종배 의원 등도 최근 미국을 방문해 반 전 총장과 만났다. 이 의원은 “우리는 반 전 총장과 행보를 같이하기로 했다”며 “반 전 총장이 어느 당을 택해 정치를 시작하든 함께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신주류로 등장한 정 원내대표를 비롯한 충청권 의원들은 ‘핵박’들의 시각에 반박했다. 반 전 총장의 영입 길을 트기 위해 ‘핵박’들을 탈당시키려는게 아니라 당을 존립시키기 위한 차원이라고 이들은 주장했다. 이들은 반 전 총장이 12일 귀국해 새누리당을 선택하지 않으면 당 내 충청권 출신 의원들의 추가 탈당이 있을 수 밖에 없고, 그러면 당은 와해 국면으로 가기 때문에 당을 살리기 위해 ‘핵박’들이 나갈 수 밖에 없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이에 대해 ‘핵박’측은 그런 주장은 변명일 뿐, 반 전 총장 영입을 위해 한솥밥을 먹던 동지들을 몰아내고 있다고 반박했다. 당이 위기에 처하게 된데 대한 공동의 책임을 져야 할 사람들이 자기들의 책임을 모면하려고 화살을 동지들에게 돌리고 있다는게 ‘핵박’들의 불만이다.
새누리당이 친박 색채를 옅게 해 반 전 총장을 영입한다고 하더라도 ‘핵박’들이 탈당한다면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는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핵박’들이 탈당한 마당에 이들의 정치적 배경인 TK가 과연 반 전 총장에 지지를 몰아줄지는 미지수다. TK 지지층 일부라도 떨어져 나간다면 반 전 총장에겐 큰 타격이다.
한국경제신문과 MBC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새해 집계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반 전 총장의 핵심 지지기반은 TK지역이었다. 반 전 총장은 대구·경북(27.1%)과 대전·충청(23.1%), 강원·제주(28.7%)에서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제쳤고, 그 이외의 지역에선 모두 밀렸다. 대전·충청은 문 전 대표에 불과 1.9% 포인트 앞섰지만, TK에선 7.8%포인트 우세했다. 확실한 지지기반인 TK가 등을 돌린다면 반 전 총장으로선 텃밭을 잃게되는 것이다. 때문에 반 전 총장이 ‘핵박’이 탈당한다 하더라도 새누리당에 선뜻 들어오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홍영식 선임기자 y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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