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 2017 5일 개막…로봇혁명의 시대] 가족이자 친구로…로봇 '인간의 아바타'가 되다

입력 2017-01-03 18:21
한경 데스크·혁신TF '대변혁의 현장' CES를 가다

로봇 전쟁서 이기려면 플랫폼 주도권부터 잡아라

가사·양육에 웨어러블로봇까지 세계 IT 거물들 로봇산업 격돌

4차 산업혁명의 기술 종합판
MS윈도· iOS·안드로이드처럼 표준 OS 등장하면 폭발적 성장
미·중·일, 로봇산업 두고 각축전…한국은 청사진도 못내놓고 있어


전기자동차회사에 다니는 A씨. 몸이 불편한 어머니와 함께 사는 그가 출근하면 영화 ‘스타워즈’의 C-3PO를 닮은 간병 로봇이 어머니의 재활운동을 돕는다. A씨 회사 생산라인은 100% 로봇이 작업한다. 점심때 들른 카페에서는 바리스타 로봇이 원두를 내리고, 집에 돌아오자 키친 로봇이 요리를 내놓는다. 로봇이 설거지하는 사이 그는 편안히 TV를 본다.

A씨의 일과는 더 이상 영화 속 장면이 아니다. 5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막하는 세계 최대 전자쇼 CES에서는 아이를 보살피고 아이 영상을 부모 스마트폰으로 전송해주는 보모 로봇, 주인 대신 집을 보고 빨래를 개며 유리창 청소까지 해주는 가사 로봇, 장애인이나 거동이 불편한 노인의 이동을 돕는 ‘아이언맨 슈트’인 웨어러블 근력증강 로봇 등 일상의 반려자로 다가온 로봇 기술이 대거 소개된다. 로봇이 가족의 일원이 되고, 나만을 위한 도우미 역할을 하는 ‘퍼스널 로봇(PR)’ 시대가 오고 있다.

스티브 잡스가 떠난 지금 래리 페이지 구글 공동창업자, 제프 베조스 아마존 최고경영자(CEO), 손정의 소프트뱅크 사장 등 세계 정보기술(IT)업계 거물들 간 일전을 예고하고 있는 대표적 분야 중 하나가 로봇산업이다. 구글은 2013년 이후 로봇 관련 기업만 아홉 개를 사들였다. 베조스 CEO의 개인투자회사인 베조스익스피디션은 사람이 동작을 시연하는 것만으로 훈련이 가능한 지능형 산업로봇 백스터의 지분을 갖고 있다.

아마존은 시애틀 물류센터를 누비며 선반 운반작업을 하고 있는 키바 로봇을 개발한 키바시스템도 인수했다. 손정의 사장은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감성형 휴머노이드(인간을 닮은 로봇) ‘페퍼’를 내놓은 뒤 ‘이젠 로봇’이라고 선언했다. 손 사장의 영향으로 세계 최고령 사회인 일본의 아베 정부는 총리 직속 ‘로봇혁명실현회의’를 두고 간병 등 서비스용 로봇 예산을 2015년 600억엔에서 2020년까지 1조2000억엔으로 5년 만에 20배 늘리기로 했다.

로봇은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는 핵심 기술의 종합판으로 꼽힌다. 그중에서도 클라우드 기술과 재료공학, 나노기술은 최근 로봇산업의 급성장에 결정적 역할을 하고 있다. 클라우드에 연결된 빅데이터로 인해 로봇의 인지·학습 능력은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재료공학 덕에 전기를 통해 로봇 크기와 모양을 바꾸거나 액체자석을 활용해 좀 더 사람에 가까운 자연스러운 동작이 가능해지고 있다.

모래 알갱이 하나보다도 작은 나노로봇 개발이 완료되면 질병 진단과 치료에 획기적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런 로봇공학의 특성을 감안하면 로봇 관련 산업의 생태계 규모에도 큰 기대를 낳게 한다.

로봇산업의 현재 발전 양상은 컴퓨터·스마트폰과 비슷한 궤적을 보이고 있다. MS윈도나 iOS, 안드로이드처럼 표준 운영시스템(OS)이 등장하면 응용 소프트웨어와 관련 기기 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한다는 것이다. 미국과 일본 기업 간에는 벌써부터 로봇 플랫폼 주도권 싸움이 불붙었다. 여기에 세계 4위 로봇 생산업체인 독일 쿠카를 인수한 중국의 ‘로봇굴기’를 향한 파상 공세까지 예상된다. 올해로 출시 10년을 맞는 스마트폰을 이을 차세대 대표적 스마트 디바이스로 꼽히는 게 커넥티드카와 로봇이다.

예상보다 빨리 다가오고 있는 로봇혁명의 시대, 우리 기업들은 파괴할 것인지, 파괴당할 것인지, 또 한 번의 커다란 도전 과제를 맞고 있다.

라스베이거스=윤성민 IT과학부장 smyoon@hankyung.com

▶특별취재단=하영춘 부국장(단장), 윤성민 IT과학부장, 정종태 경제부장, 이건호 지식사회부장, 김홍열 국제부장, 노경목·강현우·남윤선·이진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