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PGA 톱스타 국산볼 첫 사용…볼빅과 공식 계약
후원금은 비공개…스톡옵션 포함 연 10억원 안팎
판매실적 연동 '러닝개런티'…스톡옵션 적용 이례적
[ 이관우 기자 ]
‘장타왕’ 버바 왓슨(39·미국·사진)이 국산 골프공 볼빅을 쓴다.
볼빅(회장 문경안)은 3일 왓슨과 골프공 후원 계약을 맺었다고 발표했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스타급 남자 선수가 국산 골프용품의 공식 후원을 받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왓슨은 5일부터 나흘간 하와이에서 열리는 PGA투어 SBS토너먼트오브챔피언스 대회부터 볼빅의 S4 골프공을 사용한다. 볼빅은 “평소 컬러 볼을 좋아하던 왓슨이 지난해 장타대회인 월드롱드라이브 대회에서 볼빅 공을 본 뒤 먼저 접촉해와 계약이 성사됐다”고 밝혔다.
왓슨은 볼빅과 공동 마케팅에도 나선다. 자신의 상징색인 핑크 골프공뿐만 아니라 마스터스 대회를 상징하는 그린 골프공 등 다양한 색상의 골프공을 사용해 볼빅의 컬러 마케팅을 도울 예정이다.
후원금 액수는 공동 마케팅에 참여하는 조건이 달린 스톡옵션을 포함해 연간 10억원 안팎인 것으로 알려졌다. 골프공 판매 실적에 따라 후원액이 달라지는 일종의 러닝개런티 방식이다. 스포츠 후원에서 러닝개런티 개념을 적용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볼빅은 “양측의 합의로 후원금 액수는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며 “업계 최고 수준의 대우를 해줬다”고 밝혔다.
남자골프 세계랭킹 10위인 왓슨은 PGA투어에서 드라이브 비거리 1위를 다섯 차례나 차지한 특급 장타자다. 작년 310.6야드의 평균 드라이버 비거리를 기록해 4위에 올랐다. 메이저 대회인 마스터스를 두 번 제패(2012·2014년)하는 등 PGA 투어 통산 9승을 쌓았다. 왓슨은 “볼빅 골프공의 세련된 색상은 물론 부드러운 타구감과 정확한 샷 컨트롤까지 마음에 들었다”고 밝혔다. 30년 동안 타이틀리스트 공을 써온 왓슨은 작년 11월 중국에서 열린 HSBC챔피언스 때 캐디에게 볼빅 공을 사오라고 시켜 집중적으로 성능을 시험한 것으로 전해졌다.
독학으로 골프를 익힌 왓슨은 리키 파울러, 헌터 메이헌, 벤 크레인 등 절친들과 ‘골프 보이즈’란 이름으로 음반을 발표하는 등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쏟는 골퍼로 유명하다. 사업에도 관심이 많아 여러 분야에 투자했다. 골프장과 아파트 같은 부동산은 물론 아이스크림회사와 자동차 판매점, 로봇회사 등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작년 1월에는 신시내티 레즈 산하 마이너리그 더블A 야구팀 펜사콜라 블루 와후스의 지분을 사들이기도 했다.
볼빅은 왓슨과의 후원 계약으로 수출이 100% 이상 증가하고, 3% 정도인 미국 시장 점유율도 5% 이상으로 확대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문경안 볼빅 회장은 “PGA투어 우승자 배출에 목말랐던 볼빅의 갈증을 해소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볼빅은 지금까지 해외 투어에서 주로 여자프로골프 선수들을 후원해왔다.
볼빅은 지난해 65개국에 1000만달러(약 120억원)어치의 골프공을 수출했다. 무광택 컬러볼 비비드가 인기를 끌면서 수출이 크게 늘었다. 지난해 5월 한국 골프용품업체 최초로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투어 볼빅챔피언십을 여는 등 글로벌 마케팅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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