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공익법인의 사회환원 더 활성화해야

입력 2017-01-03 17:33
수정 2017-01-04 06:57
2018년부터 의무지출제도 적용
일정액을 매년 공익사업에 써야
공익지출효과 극대화 노력 필요

권오용 < 한국가이드스타 상임이사 >


‘최순실 게이트’로 지금 대한민국은 충격과 혼란을 겪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이 미칠 파장에 대한 의견도 분분하다. 이런 국내외 정세는 당분간 우리나라 경제·사회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 같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국내 경제 성장률을 2% 초반으로 어둡게 예측했다. 특히 최순실 게이트는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모금 과정의 의혹 제기와 함께 불거졌기 때문에 공익법인 분야 전반에 걸쳐 부정적인 이미지를 증폭시키고 기부문화 활성화에 찬물을 끼얹었다.

사회가 선진화하려면 어떤 사회든 작용, 반작용 법칙의 과정을 거친다. 사회가 큰 어려움에 직면했을 때 그동안 감춰진 문제점이 더욱 선명하게 드러나고 사회 구성원의 문제 해결을 위한 참여는 더 적극적으로 이뤄진다. 우리나라 비영리 분야는 지금 반작용의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국민의 관심이 높아지고 사회적 요구가 증가함에 따라 관련 제도 개선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말 공익법인의 자산 축적을 막고 공익활동을 활성화할 세법 개정안이 국회 조세소위원회에서 합의됐다. 2018년부터 적용될 ‘의무지출제도’는 공익법인이 자산의 일정 금액을 매년 공익사업을 위해 사용해야 하는 규정이다. 이는 공익법인이 공익활동을 적극적으로 수행토록 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미국에서는 이미 반세기 전에 의무지출제도 관련 규정이 제정됐다. 미국에서 ‘최소 사회환원 규정’으로 불리는 이 제도는 가족재단·기업재단이 보유하고 있는 특정 자산(투자자산)의 5%를 매년 사용해야 하는 규정이다. 만약 재단이 해당 금액을 기한 내에 사용하지 않으면 사용 부족액의 30%에 상당하는 금액을 벌금으로 내야 한다. 이후에도 계속해서 사용 부족액을 사용하지 않는다면 추가로 그 부족액의 200%에 상당하는 벌금이 부과된다.

미국에서 비영리법인은 면세 혜택을 받는 대신 사회에 환원할 의무를 지고 있으며 이들이 자산을 공익 목적을 위해 사용하지 않으면 의무를 불이행하고 있다고 여긴다. 따라서 기업 및 가족재단과 같이 ‘5% 의무지출규정’ 같은 법적 구속을 받지 않는 미국의 비영리법인도 국민의 감시와 사회적 압력을 피해갈 수 없다. 미국 비영리조직 평가기관 중 최대 이용자를 보유한 체러티내비게이터는 비영리 단체 중 공익 목적 지출금이 ‘0’이거나 거의 없는 법인 목록을 공개하고 있다.

최근 미국에서는 최소 사회환원 규정이 다시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5%인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 축소해야 한다, 유지해야 한다는 논쟁이 다시 시작됐다. 개인재단, 기업재단과 같은 자선 분야 자원은 증가하는 데 비해 정부 보조금은 거의 한계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재단의 공익 목적 활동을 증진시키기 위해 지난해 4월 미국 정부는 5%로 인정해주는 공익 목적 지출 항목을 확대했다. 공익 목적 투자금 항목이 대표적인 예다. 미국의 해당 규정은 사회적, 경제적 변화에 따라 이미 그 변화를 여러 번 겪었으며 견고해지고 있다. 최소 사회환원 규정을 미국에 비해 반세기나 늦게 도입한 만큼 빠르게 적용 가능하게 하고, 그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권오용 < 한국가이드스타 상임이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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