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우리를 '엑소'와 비교하나"…신화 20년차 장수돌의 여유

입력 2017-01-03 14:50
수정 2017-01-03 15:18

"누가 지금 우리를 '엑소'와 비교하겠어요,
그저 우리만이 낼 수 있는 멋이 있을 거예요"

새 앨범 '언체인징-터치'(UNCHANGING -TOUCH)로 돌아온 신화는 더 이상 아이돌그룹이 아니라는 현실 앞에서도 여유롭다.

이들은 어린 아이돌그룹과 경쟁하기보다 자신만의 음악과 멋을 추구하며 데뷔 20년차 그룹이 가지는 고민과 숙제를 풀어가고 있다. 최근 서울 논현동 한 까페에서 신화 멤버들을 만났다.

◆ "'아재' 폄하 신경 안써요"

"한동안은 어린 아이돌그룹과 비교당하지 않을까 걱정 했어요. 그러다 요즘엔 생각을 바꿨죠. '너무 힘줘서 안해도 신화만이 낼 수 있는 멋이 있을거야' 이런 자신감을 가지고 무대에 섭니다." (동완)

1998년 '해결사'로 가요계에 등장한 신화는 올해 데뷔 20년을 맞은 국내 최장수 그룹이다. 여섯 멤버들 나이는 삼십 대 중반을 넘어섰다.

한해에도 수십개 그룹이 등장했다 사라지고, 아이돌그룹 멤버 나이는 갈수록 어려지는 상황에서 신화의 이같은 롱런은 의미있다. 신화는 외부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스스로에 대한 믿음을 갖는 것이 장수 비결이라고 꼽는다.

"우리만이 갖는 아우라(후광)를 자랑스럽게 생각해요. 누군가는 '아재'(아저씨)라고 폄하할 수 있지만 신경 쓰지 않아요. 신화 식대로 '옴므파탈'(치명적 매력을 가진 남자)을 보여줄 겁니다." (동완)

실제 새 앨범 '언체인징-터치'는 20년차 그룹의 관록과 함께 신화 특유의 남성적 매력이 듬뿍 묻어난다.

타이틀곡 '터치'는 세련된 멜로디와 그루브가 돋보이는 곡으로, 엇갈린 연인들의 후회와 미련, 아픈 감정들을 신화만의 감성으로 표현한다.

"타이틀곡 고를 때 고민 많이 했어요. '터치' 말고도 '슈퍼파워' 등 마음에 드는 곡들이 있었지만 좀더 감성적인 느낌을 보여주고 싶어서 '터치'를 택했어요. 뮤직비디오에서는 감성적 느낌과 함께 치명적인 매력도 발산했죠." (에릭)

신화는 앨범 발매에 앞서 지난달 31일 열린 'MBC 가요대제전'에서 신곡 '터치'를 처음 공개했다. 강렬한 의상을 입고 무대에 등장한 신화는 전성기 못지 않은 기량에 원숙함을 더해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이날 가요대제전에서는 신화와 비슷한 시기에 데뷔한 SES도 무대에 올라 요정의 귀환을 알렸다. 신화는 SES 컴백 무대에 누구보다 기뻐했다.

"SES는 연습생 시절부터 함께 했기 때문에 각별해요. 이들이 오랜만에 다시 뭉친다는 얘기에 저희도 너무 기뻐했죠. 아마도 무대로 돌아오길 간절히 원했을 거예요. 정말 축하할 일이죠." (민우)

◆ "가수 설 자리 여전히 많지 않죠"

20년차 최장수 그룹 신화가 가요계를 바라보는 시선은 남다르다.

1세대 아이돌로 출발해 최장수 그룹이 되기까지 세월의 흐름 속에 냉철한 시각을 길렀고, 늘어나는 후배들을 보며 선배 가수로서의 책임감도 커졌기 때문이다.
신화는 한국 가요계가 양적으로 성장한 데 반해 가수들이 설 자리는 여전히 많지 않다고 지적한다. 가수들이 피 땀 흘려 준비한 노래와 춤을 보여줄 수 있는 음악 프로그램이 더 많아져야 한다는 게 이들 바람이다.

"아이돌그룹 숫자는 많아졌지만 무대에서 노래와 춤을 보여줄 기회는 많지 않아요. 음악 프로그램이 몇 개 없는 걸요. 무대에 서는 일보다 예능 프로그램에 나가는 일이 더 많죠. 어쩌다 음악 프로에 나가도 방송 사정 상 노래가 편집되기도 해요. 선배로서 안타까워요." (혜성)

대형 기획사 위주 쏠림 현상이 갈수록 심해지는 것도 우려스럽다고 말한다. 일부 기획사가 주도하는 시장에서 스타가 되고 싶어하는 어린 아이들은 늘어나고, 기획사는 아이들을 모두 책임져 주지 않는 현실을 지적한다.

"대형 기획사가 아이돌시장을 삼등분하고 있어요. 기획사에 속한 연습생 수는 많아졌지만 상당수 아이들이 연습생에서 끝나고 말죠. 수년 동안 연습생만 하다 결국 데뷔도 못해요. 너무 많은 아이들이 오랫동안 시간을 허비하고 있어요." (에릭)

신화도 처음에는 국내 최대 기획사 중 하나인 에스엠에서 출발했다. 이후 에스엠을 나와 여러 소속사를 거치며 상표권 문제로 법정 분쟁을 치르기도 했다. 2011년 에릭과 민우 주도로 독자 회사인 '신화컴퍼니'를 세워 이곳을 통해 그룹 활동을 이어왔다.

최근 후배 아이돌그룹인 비스트 역시 신화와 비슷하게 소속사 이전, 갈등, 분쟁 문제를 겪고 있다. 신화는 이들에게 어떤 상황에서도 멤버들이 한 목소리를 내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멤버들 간에 아쉬운 점도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건 똘똘 뭉치는 거예요. 회사와 대립하려면 멤버들이 한 마음이 돼야죠. 멤버들끼리 잘 지내는 방법은 많이 싸우고 잘 푸는 거예요. 멤버 중 누군가 중재 역할을 하는 사람이 있으면 더 좋고요." (에릭)

권민경 한경닷컴 기자 k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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