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는 요즘…국제금융라인, 연초부터 해외출장 강행군…'국가신인도 가늠자' 외평채 발행에 사활 건 기재부

입력 2017-01-02 20:03
수정 2017-01-03 07:07
신용등급 역대 최고지만
최순실 사태 후 상황 반전

발행금리 예상보다 높거나
주문액 시장 기대 못미치면
신인도에 부정적 영향 우려

성공발행 위해 홍콩·뉴욕행
외국계 투자자와 잇단 접촉


[ 황정수 기자 ] 송인창 기획재정부 국제경제관리관(1급)은 작년 크리스마스이브를 홍콩에서 부하 사무관과 함께 보냈다. 이달 예정된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 발행의 성공을 위해 출장 일정을 급하게 잡은 탓이다. 외국계 기관투자가를 많이 만날수록 외평채 발행에 유리하다.

황건일 기재부 국제금융정책국장은 오는 8일 영국으로 출국한다. 짐을 풀자마자 9일 런던에서 개최 예정인 외평채 발행 관련 투자설명회(IR)에 참석한 뒤 곧바로 미국행 비행기를 탈 예정이다. 황 국장은 “IR 일정을 맞추려면 쉴 틈이 없다”고 했다.


송 관리관 이하 국제금융정책 담당자들은 이달 예정돼 있는 달러화 표시 외평채 발행의 성공에 사활을 걸고 있다. 외평채 발행 결과가 최순실 사태 이후 국가신인도의 가늠자가 될 수 있어서다.

발행액은 10억달러로 확정됐고 채권만기는 10년이 될 전망이다. 관심사는 기준금리인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에 가산금리가 더해져 결정되는 ‘발행금리’다. 발행금리가 낮을수록 한국 외평채가 국제금융시장에서 ‘우량 채권’으로 평가됐다는 의미다. 발행금리는 국제 신용평가사들이 부여한 국가신용도가 높을수록 낮게 결정되는 경향이 있다.

작년 3분기까지만 해도 정부는 외평채 발행에 큰 부담이 없었다. 무디스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지난해 한국에 역대 최고 신용등급(무디스 ‘Aa2’, S&P ‘AA’)을 부여했기 때문이다. 일본보다 높고 프랑스와 같은 수준이었다.

작년 10월 말 최순실 사태가 불거진 이후 상황이 변했다. 국제 신용평가회사와 IB들이 한국의 경제 상황에 의혹의 눈길을 보내기 시작했다. 자칫 외평채 가산금리가 비슷한 신용등급을 가진 국가의 채권보다 높게 결정되거나, 외국인투자자들의 주문액이 발행액(10억달러)을 압도하지 못할 경우 외국인들이 한국 경제를 신뢰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최순실 사태와 무관하게 한국 경제의 기초체력은 견고하다”는 정부의 공언(公言)이 공언(空言)이 될 수도 있다.

반대로 가산금리가 낮게 결정되고 투자자 매수 주문이 몰리면 한국 경제에 대한 국제 금융시장의 평가가 빠른 속도로 안정될 수 있다. 시장에선 가산금리가 미 국채 10년물 금리에 0.4~0.5%포인트를 더한 수준으로 결정되면 선방한 것으로 보고 있다.

기재부 국제금융라인 관계자들은 뉴욕 런던 홍콩 등 글로벌 금융 중심지에서 외국계 기관투자가와의 접촉 빈도를 늘리고 있다. 원래 국제금융라인은 해외출장이 잦기로 유명하지만 지난달부턴 ‘강행군’이란 내부 평가가 나올 정도로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되도록 많은 외국인투자자에게 국내 경제 상황을 정확히 알리는 게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도 외평채 NDR(논 딜 로드쇼: 48시간 이내에 자금조달 공고를 안 해도 되는 투자설명회)에 참석해 외평채의 성공적 발행에 직접 힘을 보탤 계획이다.

■ 외국환평형기금채권

원화의 대외가치 안정과 투기성 외화 유출입에 따른 악영향을 막기 위해 정부가 운용하는 기금(외국환평형기금)의 재원조달을 위해 정부가 발행하는 채권. 줄여서 ‘외평채’라고 부른다. 외평채는 원화와 외화표시 두 가지로 발행할 수 있다. 해외시장에서 발행하면 미국 국채 금리 등 기준금리에 발행 국가의 신용도 등이 반영된 가산금리가 붙는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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