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인터뷰 - '파격 승진' 윤희도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국내기업 순이익 상승기 진입
미국 경기개선은 수출기업에 기회
자산배분 전략·해외기업 분석…
리서치센터, 새 영역 개척해야
[ 윤정현 기자 ]
‘깜짝 발탁’, ‘초고속 승진.’ 지난해 말 한국투자증권 임원 인사에서 일약 리서치센터장으로 발탁된 윤희도 센터장(45·사진) 앞에 붙은 수식어다. 그는 차장에서 상무보로 한꺼번에 두 단계를 뛰었다. 1999년 동원증권(전 한국투자증권)의 리서치센터 역할을 한 동원경제연구소로 입사해 통신·유틸리티업종 보조(RA)로 애널리스트업계에 몸담은 지 18년 만이다. ‘베스트 애널’에서 명함을 바꿔 단 올해 그가 이끄는 리서치센터의 예상 코스피지수 상단은 2300이다.
◆미국을 주목하는 이유
윤 센터장은 올해 주식시장이 지난 5년여간의 박스권(1850~2100)을 뚫고 한 단계 도약하는 한 해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 근거는 상장사 실적이다.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는 ‘한투 유니버스’ 종목들의 순이익 추정치를 통해 기업 실적 추이를 분석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 232개 종목으로 구성돼 있는 ‘한투 유니버스’는 2015년 기준 전체 시가총액의 73%(지난달 28일 기준 1536조원), 순이익의 88.8%(85조1000억원)를 차지했다. 지난해 104조4000억원에 달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한투 유니버스’ 순이익은 올해 119조1000억원에 이어 내년에는 130조6000억원까지 가파르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세계 금융위기를 겪은 2008년 29조원에 불과하던 상장사 순이익은 2009년(53조6000억원)과 2010년(86조8000억원) 빠르게 회복했다. 이후 2011년 4월 코스피지수는 사상 최고치(2231.47)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후 순이익은 80조원대 초중반으로 정체됐고 코스피지수는 박스권에 갇혔다.
윤 센터장은 “지난해 100조원 돌파는 국내 기업들의 순이익이 본격적인 상승기에 접어들었다는 신호탄”이라며 “이 실적을 발판으로 올해 코스피지수가 큰 폭의 상승세를 기록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약의 발판은 트럼프발(發) 부양책을 기반으로 한 미국의 경제 성장이다. 윤 센터장은 “트럼프 정부의 보호무역에 대한 우려도 크지만 그런 제재가 단기간 내 결정나고 실행되긴 어렵다”며 “미국의 경기 개선은 국내 수출 기업들에 큰 기회가 되고 강해진 기업들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이 주가에 반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리서치센터 변해야 산다
윤 센터장은 시장 변화에 맞춰 리서치센터 역할과 애널리스트 영역도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증권업황이 흔들릴 때마다 리서치센터도 구조조정 칼바람에 휘청였다. 2013년 1400명에 육박한 국내 애널리스트 수는 지난해 1100여명으로 줄었다. 리서치센터가 비수익, 비용 부서라는 인식 탓이 컸기 때문이다.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 인력은 94명으로 국내 증권사 중 최대 규모다. 윤 센터장은 몸집을 줄이기보다는 적재적소의 인력 재배치로 효율을 높일 생각이다. 그는 “‘이건 사고 저건 팔아라’는 식의 분석은 더 이상 먹히지 않는다”며 “운용사의 대체투자팀이 원하는 투자 제안서 검토, 기업의 리스크관리팀이 요구하는 차세대 먹거리 사업 전망, 국가 기관들이 바라는 산업 분석 등 다양한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그런 측면에서 법인영업본부와의 협업을 강화하며 리테일 쪽에서는 자산배분 전략을 세우고 해외 기업을 분석하는 데 더 공을 들일 계획이다.
윤 센터장은 “바뀌는 시장에서 얼마든지 새로운 기회를 찾을 수 있다”며 “지금까지 해 오던 것에만 안주하면 애널리스트 입지는 갈수록 좁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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