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열의 데스크 시각] 정치인들은 중국을 알기나 할까

입력 2017-01-01 18:16
수정 2017-01-02 05:49
김홍열 국제부장 comeon@hankyung.com


유럽의 공장자동화 로봇생산 1위 업체인 독일 쿠카가 결국 중국에 넘어갔다. 독일 산업계는 백기사까지 동원해 중국의 인수를 막으려고 했지만 실패했다. 중국이 독일 반도체 설계기업 아익스트론을 인수한다는 소식에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직접 나섰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독일을 측면 지원하자 중국은 아익스트론 인수를 포기했다. 두 케이스는 지난해 글로벌 기업 인수합병(M&A) 시장을 달군 이슈였다.

글로벌 M&A 식탐의 배경

무서운 건 중국의 M&A가 국가 전략적인 차원에서 한발 한발 이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 정부는 2015년 ‘제조강국 2025’ 계획을 발표했다. 독일의 ‘인더스트리 4.0’ 전략을 벤치마킹했다. 독일 일본 같은 제조 슈퍼파워가 되겠다는 목표다.

이 로드맵에 따라 중국은 지난해 독일 미국 스페인 이탈리아 핀란드에서 12개 현지기업을 인수하거나 지분 일부를 사들였다. 모두 산업생산 자동화와 디지털화를 전문으로 하는 기업들이다. 이 중 쿠카를 비롯한 독일 기업이 6개에 달했다.

중국은 또 2025년까지 핵심 부품과 소재 자급자족률을 70%로 끌어올리기로 했다. 스마트폰용 칩은 40%, 산업용 로봇 70%, 신재생에너지 설비 목표는 80%다. 재원도 속속 마련하고 있다. 지난해 중국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나서 28억달러(약 3조3700억원) 제조첨단화펀드와 200억달러(약 24조1000억원) 규모의 국가반도체펀드를 조성했다. 독일 정부가 인더스트리 4.0 연구개발 지원용으로 마련한 2억달러(약 2400억원)와 비교하면 실로 어마어마하다.

이런 가운데 독일 메르카토르연구소(Merics)는 지난해 12월 충격적인 분석보고서를 내놨다. 중국의 제조강국 전략으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국가로 한국을 꼽았다. 한국은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제조업 기여도가 30%를 웃돌고, 첨단제조업 비중이 65%가 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독일의 제조업 기여도는 25%에 못 미치고, 첨단제조업 비중은 65%가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중국이 문을 걸어 잠근다면

중국이 제조업 부문에서 자급자족하는 수준에 도달한다면 파장과 충격은 세계적일 것이다. 글로벌 공급망에 일대 변화가 올 수 있다. 메르카토르연구소는 중국의 제조기술 자급자족 달성을 ‘테크노 국수주의(techno nationalism)’에 비유했다. 중국은 이 목표를 향해 올해도 글로벌 M&A 시장에서 손아귀를 뻗쳐나갈 전망이다. M&A는 추격자에게 최고의 지름길이다.

중국은 문을 걸어 잠가도 성장잠재력이 거대한 내수시장을 갖고 있다. 수출 중심에서 내수 중심으로 성장전략 방향을 선회한 배경이다. 내수시장의 근간인 인구 13억명마저 무기화했다. 한반도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문제 삼아 유커(중국인 관광객)의 한국 여행을 줄이고 있다. 그 ‘졸렬함’에 한국은 속수무책이다.

중국이 제조강국 달성 목표로 내건 2025년은 결코 멀지 않다. 중앙정부의 밀어붙이기식 전략이지만 앞으로 민간 기업의 창의와 자발성이 더해지면 가속도가 붙을 수 있다. 올해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권력욕에 취한 한국 정치권과 대선주자들은 중국이 만들어낼 지각변동을 알기나 할는지. 갈 길 바쁜 기업들을 때리고 옥죄는 경제민주화의 광풍이 걱정되는 새해벽두다.

김홍열 국제부장 comeon@hankyung.com


ⓒ 한국경제 & hankyung.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