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탄핵 가결후 첫 간담회
23일 만에 기자단 만나 입장 표명
최순실 지인일 뿐, 어떻게 모든 것 다하나
국정공모·누구 봐주기 손톱만큼도 없어
문화계 블랙리스트는 전혀 모르는 일이다
[ 홍영식/박상익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이 1일 청와대 상춘재(常春齋)에서 출입기자단과 신년인사회를 겸한 티타임을 하고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둘러싼 뇌물죄 혐의 등 각종 의혹에 대해 적극적으로 반박했다.
박 대통령이 공개일정을 가진 것은 지난해 12월9일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지 23일 만이다. 헌법재판소 변론기일과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본격 수사를 코앞에 두고 각종 의혹에 대한 본격 방어에 나선 것이다.
◆“나를 도와준 분, 뇌물 안 받아”
박 대통령은 “국민들께 미안하고 무거운 마음으로 지내고 있다”고 운을 뗐다. 이어 “나를 도와줬던 분들이 뇌물이나 이상한 것을 뒤로 받은 것은 하나도 없고, 맡은 일만 열심히 해온 것으로 알고 있는데, 고초를 겪는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아프다”고 소회를 밝혔다.
국민연금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찬성 의결하도록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에 대해선 “완전히 엮은 것”이라고 반발했다. 두 회사의 합병 과정에 청와대가 영향력을 행사한 대가로 삼성 측이 미르·K스포츠재단에 돈을 기부하고,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에게 승마훈련 지원을 했다는 의혹에 대해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특검팀이 박 대통령을 겨냥해 뇌물죄 의혹을 집중적으로 수사하는 상황에서 “엮었다”고 밝힘에 따라 향후 탄핵심판 및 특검수사 흐름이 주목된다. 박 대통령은 “누구를 봐줄 생각은 손톱만큼도 없었고, 제 머릿속에도 없었다”며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은 당시 증권사와 국민의 관심사였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의 대표적 기업이 헤지펀드의 공격을 받아 (합병이) 무산된다면 국가적, 경제적으로 큰 손해라는 생각으로 국민들도 큰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었다”고 강조했다.
또 “20여개 증권사도 한두 군데 빼고 다 (합병) 해줘야 한다는 분위기였다”며 “나도 국민연금이 바로 대처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고 했다. 아울러 “어떤 결정을 내리든 간에 국가의 올바른 정책 판단이었다”며 “이 회사를 도와주라고 지시한 적은 없다. 나를 엮어가지고 자꾸…”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검에서 연락이 오면 성실히 (조사에) 임하겠다”고 했다.
◆“누구 봐주기 위한 것 없다”
박 대통령이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을 시켜 최씨 지인이 운영하는 KD코퍼레이션이 현대자동차에 10억원대 납품을 하도록 강요했다는 혐의에 대해서도 “누구를 봐주기 위한 일은 손톱만큼도 없다”고 부인했다.
박 대통령은 “여기(KD코퍼레이션)도 기술력이 있다는데 거대한 기업에 끼여서 제대로 명함 한번 못 내미는 것 아닌가 해서 그럼 알아봐서 실력이 있다면 기회를 가질 수 있지 않으냐는 차원이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제가 누구를 알아도 그 사람이 개인적 이득을 위해 부탁하는 것은 절대 금기(로 삼았다)”며 “(최씨와 KD코퍼레이션 측이) 아는 사이였다는 것은 보도를 보고 알았다”고 했다.
박 대통령은 최씨가 국정을 좌지우지했다는 의혹에 대해 “대통령의 책무와 판단이 있는데 어떻게 지인(최씨)이 모든 것을 다한다고 엮을 수 있느냐”며 “대통령으로서 철학과 소신을 갖고 국정을 운영해왔다”고 강조했다.
K스포츠·미르재단 지원과 관련해 민관이 창의적 아이디어로 문화융성과 창조경제를 잘해보자는 차원에서 추진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문화계 블랙리스트와 관련해선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일축했다. 이와 함께 “문화예술인들이 문화창조벤처단지에 입주해 ‘원스톱 서비스’를 받는데, 다 멈추게 됐다”고 안타까워했다.
홍영식 선임기자/박상익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