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는 2011년 4월 2231.47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5년간 이른바 ‘박스피’(박스권에 갇힌 코스피지수란 뜻)를 탈피하지 못했다. 1800~2200선을 오가는 지루한 장세였다. 올해 이 박스피가 깨질지 관심이다. 증권사들의 올해 코스피지수 전망치 상단은 2350이다. 국내 정세 불안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여전하지만 미국의 재정확대정책, 국내 기업 실적 개선 등에 대한 기대가 이런 긍정적 전망을 가져오고 있다.
박스권 탈출 여부 관심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연초 주식시장의 가장 큰 관심사는 박스피 탈출 여부다. 올해도 코스피지수 최고치를 2200선으로 잡아 박스권을 뚫기 어렵다고 내다본 증권사(삼성증권 IBK투자증권 하이투자증권 등)도 있다. 그러나 다수 증권사들은 2200 중반(메리츠종금증권 동부증권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등)을 예상했다. 유안타증권과 대신증권은 2300, 신한금융투자 하나금융투자 등은 2350까지 눈높이를 높였다. 올 상반기까지 완만하게 상승하는 흐름을 이어가다 3분기에 고점을 찍을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과 중국의 재정투자 확대로 원자재 가격이 반등하고 채권에 몰렸던 자금이 점진적인 금리 인상과 함께 주식으로 이동하면서 국내 증시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다.
유동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뚜렷해진 물가상승이 국내총생산(GDP)과 기업이익을 증가시켜 글로벌 경기 개선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상승 흐름의 국제 유가와 미국의 높은 고용률, 소비 확대 전망 등도 물가 상승 기대를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인프라 투자 공약, 일본의 28조엔 규모 경기부양책,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육·해상 실크로드), 유럽의 경기부양 프로젝트인 ‘융커플랜’ 등 주요국의 재정확대 기조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재정확대 정책에 힘입어 수요 증진과 기업 재고 소진, 일자리 창출 등이 예상되고 이는 리플레이션(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 심한 인플레이션까지는 이르지 않은 상태)과 함께 세계 경기 개선을 이끌 동력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미국을 포함한 주요 선진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 움직임과 유럽 내 정치적 불확실성 확대 등은 주식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변수로 꼽힌다. 양기인 신한금융투자 센터장은 “영국과 유럽연합의 완전한 결별을 뜻하는 하드브렉시트 우려뿐 아니라 이탈리아 등으로 유럽연합 탈퇴 목소리가 높아질 가능성도 있다”며 “국내 외국인 자금 가운데 유럽 비중이 큰 만큼 유럽 내 불확실성 증대는 국내 증시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내년 3월 네덜란드 총선을 시작으로 4월 프랑스 대선, 8월 독일 연방의회 선거 등도 예정돼 있다.
IT 비롯 수출주 전망 밝아
탄핵 정국에 조기 대선 가능성 등 국내 정치의 불확실성이 크지만 기업들의 펀더멘털(기초체력) 관련 전망은 밝은 편이다. 전문가들은 코스피200 기업들의 순이익이 올해 10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경수 메리츠종금증권 센터장은 “전체 기업 이익의 절반 가까이 차지하는 정보기술(IT)과 경기민감주의 실적 개선으로 올해 순이익이 105조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업황이 살아나기 시작한 반도체 등 IT업종이 지수 상승을 견인할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IT업종 대형주 중에서는 지배구조 변화를 동반할 ‘대장주’ 삼성전자와 이익 추정치가 꾸준히 올라가고 있는 SK하이닉스가 최선호주로 꼽혔다. 황민성 삼성증권 연구원은 “기기당 탑재량 증가로 올해도 D램 가격 반등은 이어질 것”이라며 “낸드도 예상보다 어려운 64단 기술장벽으로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IT업종을 포함한 수출주가 달러 강세의 전통적 수혜주로 부각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환차익으로 실적이 좋아질 가능성이 있어서다. 통상 달러가 강세를 보이면 외국인 매수세가 주춤해지면서 코스피지수는 부진한 흐름을 보인 적이 많았다. 경기 회복을 기반으로 달러 강세가 지속되는 만큼 수출주에도 긍정적인 환경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지난해 9월 95에 머물렀던 달러인덱스는 12월 103까지 올랐다. 최근 14년 만의 최고 수준이다. 달러 인덱스는 주요국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지표다.
장희종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신흥국 증시의 안정적 흐름과 세계 경기선행지수 회복, 원·달러 환율 상승 등의 여건을 고려하면 수출주 위주로 접근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수출주 중에서 이익전망치 추이 등이 양호한 종목을 선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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